[Outro]맨발로 땅에 닿는 이 느낌… 두뇌도 또렷이 깨워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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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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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수용감각 살려주는 운동화의 과학

헤드(HEAD) 제공
헤드(HEAD) 제공
눈을 감고 팔을 머리 위로 올린 후 좌우로 움직여 보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당신은 팔이 어디에 있든지 그 위치와 형태를 정확히 알 수 있다.

만약 이런 능력이 없어진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다리와 팔의 움직임을 직접 눈으로 살펴보지 않고서는 걷거나 음식을 먹는 등의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감각, 즉 신체 부위의 위치와 자세를 자동적으로 알 수 있는 능력을 ‘고유수용감각’이라고 한다. 이 감각은 우리 몸의 ‘자이로스코프’ 역할을 한다. 자이로스코프는 스마트폰의 기울기를 감지해 화면이 가로 또는 세로로 변하게 하는 부품이다.

우리는 보통 인간의 감각으로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 등 다섯 가지만을 든다. 하지만 고유수용감각이야말로 기본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감각이다.

어른들이 곡선 주로 못 뛰는 이유

고유수용감각은 몸의 근육에 있는 신경망이 센서 역할을 함으로써 얻어진다. 이런 신경망은 특히 손이나 발 등 다수의 관절로 이뤄진 부위에 많다. 손에는 14개의 관절이 있으며 발의 관절은 무려 33개나 된다.

발은 사실 26개의 뼈와 107개의 인대로 이뤄진 고도로 정밀한 기관이다. 당연히 ‘센서’가 많을 수밖에 없다. 발이 땅바닥에 닿으면 수많은 센서가 감지한 지면의 정보가 뇌로 바로 전달된다. 그에 따라 자동적으로 발바닥과 발가락이 움직이며 몸 전체가 균형을 유지하게 된다.

인간은 오랫동안 발을 보호하기 위해 신발을 신어왔다. 그런데 신발의 편리함은 의도치 않은 딜레마를 낳았다. 신발의 ‘과잉보호’ 때문에 발이 지면의 상태를 뇌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한국신발피혁연구원의 김명훈 박사는 “바닥이 너무 두껍거나 딱딱한 신발, 쿠션이 너무 많이 들어간 신발을 신으면 발의 고유수용감각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땅바닥의 정보가 뇌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몸의 자세와 균형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뜻이다. 발바닥이 지면에서 떠 있게 하는 하이힐은 고유수용감각 측면에서는 가장 좋지 않은 선택이다.

김 박사는 ‘발을 과보호하거나 모양만 중시하는 신발’의 부작용을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달리기를 할 때 직선은 물론이고 곡선 주로도 잘 뜁니다. 그런데 신발을 오랫동안 신어온 어른들은 코너를 돌 때 잘 넘어집니다. 무게중심을 잡아줘야 할 새끼발가락의 고유수용능력과 기능이 신발 때문에 퇴화됐기 때문이지요.”

부상위험 줄이고 머리 좋게 하는 신발

노인들의 경우 발의 고유수용감각 퇴화가 잦은 낙상이나 부자연스러운 발걸음으로 나타난다. 고유수용감각에 생긴 문제가 신체적 위험을 높이는 것은 젊은이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하이힐이나 밑창이 딱딱한 신발 때문에 발의 감각이 무뎌지면 누구나 신체상태에 대한 지각이 느려지고 자세와 동작이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운동선수의 경우 발목을 삐는 등 부상을 당할 위험이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발의 건강을 위해서는 인체의 기능, 즉 고유수용감각을 살려주는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김 박사는 “발의 감각을 살리는 데 가장 좋은 것은 맨발이겠지만 현실을 고려하면 맨발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발을 보호해주는 베어풋 신발 같은 것이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운동화의 경우 바닥이 너무 두껍고 딱딱하거나 푹신한 것을 피하는 게 좋다. 고유수용감각을 살려주는 신발은 부상 위험을 줄이고 인체의 동작과 자세제어 능력을 향상시켜 운동능력을 높여준다. 게다가 뇌와 발의 피드백을 강화해 머리가 좋아지게 하는 장점도 있다.
■ 첨단소재 밑창, 발 모양 따라 늘었다 줄었다… 신기술 집약한 헤드 ‘뉴론’
신축성이 뛰어난 첨단소재(점선 안)를 채용해 밑창이 자유롭게 수축·이완하는 베어풋 슈즈 ‘뉴론’.
신축성이 뛰어난 첨단소재(점선 안)를 채용해 밑창이 자유롭게 수축·이완하는 베어풋 슈즈 ‘뉴론’.


코오롱 헤드가 최근 시판한 ‘뉴론(NEURON)’은 맨발걷기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주는 ‘베어풋 슈즈’의 최신 기술 동향을 집약한 제품이다. 발을 보호하면서도 지면의 느낌을 잘 전달해주는 밑창은 기본. 거기에다 발의 변화에 따라 신발이 저절로 모양을 바꾸는 신기술을 적용했다.

인간의 발은 원래 지면에 닿을 때 폭이 8.1%, 길이가 2.1%가량 늘어난다. 지금까지의 신발은 이런 변화를 제대로 반영할 수가 없었다. 뉴론이 차별화되는 것은 신축성이 뛰어난 반투명 첨단소재(헤드 바이오젤·Head Biojell)를 신발 바닥에 채용했다는 점이다. 그 덕분에 뉴론의 밑창(outsole)은 사용자가 땅을 디딜 때 발의 변화만큼 즉각 늘어난다. 물론 지면에서 발을 떼면 바로 원래 크기로 돌아간다. 수축과 이완에 따른 충격흡수 효과도 있다.

크기가 변하는 것은 안창(insole)도 마찬가지다. 뉴론의 플렉스 인솔은 독립된 벌집 모양 구조물들이 발의 움직임에 따라 수축·이완을 하며 최상의 착화감을 주도록 디자인됐다.

뉴론을 개발한 한승범 코오롱 헤드 신발팀장은 ”이미 걷고 뛰는 데 최적화된 사람의 발이 자연 그대로의 느낌으로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신발이 발과 함께 수축·이완되면 관절의 움직임이 자유로워지는 장점이 있다”며 “이런 기능과 베어풋 슈즈 고유의 밑창은 발의 고유수용감각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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