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아르센 루팡’ 김다현 “작가들이 여장해 달래요”

  • 동아닷컴
  • 입력 2013년 3월 29일 14시 00분


코멘트
뮤지컬 ‘아르센 루팡’에서 뤼팽역으로 분한 배우 김다현.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뮤지컬 ‘아르센 루팡’에서 뤼팽역으로 분한 배우 김다현.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뮤지컬 배우 김다현(33)은 ‘신출귀몰(神出鬼沒)’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지난해 뮤지컬 ‘라카지’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에 출연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양아들을 보살피는 게이 엄마부터 한 여자를 순수하게 사랑하는 청년까지 맡은 역할도 다양하다.

올해는 도둑으로 변신했다. 뮤지컬 ‘아르센 루팡’에서 ‘괴도’ 뤼팽 역을 맡아 귀신처럼 나타났다 사라지고 있다. 그 덕분에 김다현은 무대에서 손과 발이 바쁘다.

김다현이 출연하는 뮤지컬 ‘아르센 루팡’은 1770년 오스트리아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가 막내딸 마리 앙투아네트를 프랑스 왕비로 보내며 몸에 지니고 있던 보석을 주며 시작된다. 이후 극은 세월이 흘러 20세기 프랑스로 옮겨진다. 마리아 테레지아의 보석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왕가의 보석을 차지하려고 한다. 왕가의 보석의 진실을 알고 있는 뤼팽 역시 이 보석을 가져가려고 하고, 사람들과의 혼전 속에 역사 속에 숨겨져 있던 보석의 미스터리를 풀기 시작한다.

원작 소설을 배경으로 한 뤼팽은 20세기 프랑스의 최고의 도둑이자 변장의 귀재. 뮤지컬 ‘아르센 루팡’에서 뤼팽으로 변신한 김다현도 변장을 한다. 변장을 할 때 마다, 달라지는 목소리, 연기, 보디랭귀지는 김다현의 ‘꽃미모’만큼 매력적이다.

<다음은 김다현과의 일문일답>


- ‘뤼팽’에게 어떤 매력을 느껴서 선택하게 되었는지.

“뤼팽에게 큰 매력을 느낀 건 변장술이다. 공연 중간에 몇 번의 분장이 있다. 한 캐릭터가 무대에서 다른 인물을 표현한다는 매력이 있더라. 관객에게 ‘저 사람이 뤼팽이었어?’라고 반응이 나오도록 하려고 한다. 우리 가족도 나인 줄 몰랐다.(웃음)”

- 무대에서 손발이 무척 바쁘겠다.

“재빠르게 변하려니 정말 바쁘다. 무대 위에서 표정은 여유롭지만 무대에서 옷을 급하게 갈아입고 수염도 붙이고 하려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 뤼팽은 겉은 쾌활한데 속은 어둡고 외로운 인물이다. 감정의 균형을 어떻게 이뤘나.

“내 자신이 ‘뤼팽’이 되려고 했다. 가족도 머물 곳도 없는 소매치기 소년 뤼팽을 후원해준 수비즈처럼 뤼팽도 자신과 같은 사람이 없길 바랐다. 또, 억울하게 죽은 수비즈 아저씨의 딸인 넬리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다. 뤼팽이 지켜야할 약속과 정의를 마음속에 있다면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뤼팽은 끝까지 신출귀몰했다. 그는 평범하게 살고 싶지 않았을까. 넬리와의 로맨스도 아쉬웠다.

“평범하게 산다는 게 가장 힘들 수도 있다. 뤼팽은 넬리에게 연인의 감정보다는 여동생을 지켜주는 오빠와 같은 마음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먼 훗날, 넬리와 잘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하하.”

- ‘뤼팽’의 적인 ‘레오나르도’도 매력적이던데.

“그런가? (기자의 명함을 유심히 보더니) 알겠다.(웃음) 나도 연습하면서 레오나르도가 참 멋있다고 생각했다. 잔인하지만 한 여자를 지독히 사랑하는 게 멋있더라. 그 역할도 탐나더라.”

- 그런데 제작발표회 때 ‘쪽대본’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르센 루팡’이 전 세계 최초 초연이다 보니 수정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막을 올릴 날짜는 다가오고 티켓은 팔리고 있는 상태여서 미룰 수가 없었다. 짧은 시간 안에 수정하고 보완을 하다보니 힘들었다. ‘쪽대본’의 어려움을 말했던 건 완성도 높은 작품을 위해 끊임없이 수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

- 초연은 늘 어렵고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
“맞다. 초연은 늘 아쉽다. 하지만 잘 되지 않을까봐 시도조차 않는다면 우리 뮤지컬은 발전할 수 없다. 시행착오를 겪고 어려움을 극복해야 더 나아갈 수 있다. 배우로서 그 발걸음에 동참하고 싶었다.”
배우 김다현.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김다현.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작년에는 눈코 뜰 새 없이 무대에 올랐다. 일과가 궁금해질 정도다.

“아침 9시에 일어나서 10시까지 연습실에 가서 오후 4시까지 연습을 한다. 5시에 공연준비를 하고 8시에 공연을 들어간다. 공연이 없을 때는 ‘텐텐연습’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한다. 제대하고 나서 1년 반을 거의 이렇게 지낸 것 같다.”

- 쉼 없이 달린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관객과 무대가 무척 그립기도 했고…. 입대 전에 제대하면 꼭 하겠다고 한 작품이 있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도 제 뮤지컬 데뷔작이라 30대가 되면 다시 해보고 싶었다. 운이 좋게도 계속해서 작품이 들어오기도 했고. 뮤지컬 배우의 삶을 제대로 즐긴 것 같다. 하루도 노래하지 않은 날이 없었으니까. 후회 없이 작품 활동에 임했다.”

- 요즘 KBS ‘불후의 명곡’에서 색다른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감회가 새롭다. ‘야다’시절도 기억이 나고…. ‘불후의 명곡’ 출연하고 어머님들이 많이 알아봐주시더라. ‘불후의 명곡’ 출연에 대해 고심했다. 가수들이 많이 나가니까 배우가 나가면 이상하지 않을까 생각도 들더라. 그런데 관객들이 참여하는 가수들의 다양한 모습을 많이 좋아하시더라. 그래서 배우 김다현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참여하게 됐다.”

- 최근에는 1등도 했다.

“초반에는 발라드를 많이 불렀다. 그런데 관객들이 가수의 다양성을 좋아하더라. 다양한 퍼포먼스도 생각하고 뮤지컬 색깔이 나게 연출도 해봤는데 반응이 좋았다. 그랬더니 작가들이 여장도 해달라고 요청을 해왔다.(웃음)”

- 한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만약 ‘아빠, 어디가?’ 출연 제안이 들어온다면 어떨까.

“‘아빠, 어디가?’에 나가면 난리 날거다. 아들과 호흡이 잘 맞는다. 또 아들이 예능감이 엄청나다. ‘불후의 명곡’에서 내 모습을 보고 다 따라한다. 세상에나…. 나도 깜짝 놀랐다. 아이와 돈독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좋더라. 또 아이들이 새로운 세상을 보며 삶을 배운다는 점이 좋은 것 같다.”

- 오, 답변이 의외다. 출연하지 않겠다고 답할 거라 생각했다.

“과거에는 방송에 출연할 생각이 없었다. 공연도 까다롭게 골랐다. 결혼을 하고 아빠가 되니 바뀌더라. 아들의 영향이 큰 것 같다. 계속 도전하고 배우고픈 마음이 생겼다. 스스로 많이 성숙해진 것 같다. 앞으로 공연과 브라운관을 병행하며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려고 한다.”

- 뮤지컬을 한 지도 10년이 됐다. 김다현의 또 다른 10년은 어떨까.

“극단을 만들고 싶다. 후배들이 좋은 환경에서 훈련을 받고 많은 작품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다. 또 더 많은 연륜과 경험이 쌓이면 연출도 생각하고 있다. 음반 활동은…. (잠시 생각하며) 신중해야 하게 하려고 한다. 지금은 뮤지컬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오·감·만·족 O₂플러스는 동아일보가 만드는 대중문화 전문 웹진입니다. 동아닷컴에서 만나는 오·감·만·족 O₂플러스!(news.donga.com/O2) 스마트폰 앱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