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학술 스테디셀러들, 불황 출판업계 효자노릇 톡톡

  • 동아일보

학술서적 전문 출판사인 경세원은 최근 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의 책 ‘다시 찾는 우리역사’의 전면개정판 32쇄를 발행했다. 1997년 출간된 초판까지 포함하면 총 49쇄를 찍었다. 1쇄만 다 팔려도 재고 걱정을 덜어 다행으로 여기는 학술출판계에서 ‘다시 찾는 우리 역사’는 이례적으로 잘나가는 책으로 꼽힌다.

학술서적은 보통 초판을 1000부 이하로 찍는다는 게 업계의 통설. 하지만 초판을 300부만 찍거나 저자에게 인세 대신 책을 주는 일이 생길 정도로 상황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도 꾸준히 잘 팔리는 학술 스테디셀러들이 출판계에서 묵묵히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정통 학술서적보다는 주로 대학 교재나 대학 신입생들의 필독서로 꼽히는 책, 대입 논술시험 대비용으로 각광받는 책들이다.

‘다시 찾는 우리역사’는 고조선부터 현재까지의 한국사를 다룬 통사로, 교과서처럼 쉽고 명료하게 쓰여 대학 교재와 공무원시험 대비 필수 교재로 꼽힌다. 지난 16년간 약 20만 부가 팔렸고 지금도 매년 약 1만 권씩 꾸준히 나간다. 한국사를 공부하려는 외국인이나 해외교포의 수요도 있어 2003년 일본어판, 2010년에는 러시아어판과 영어판으로 번역 출간됐다.

영국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의 대표작 ‘현대사회학’(을유문화사)은 국내에서도 사회학 개론서의 고전으로 꼽히며 2011년 개정증보판 6판을 냈다. 지난 20여 년간 국내에서 15만 부 이상 팔렸고, 매년 약 1만 부씩 나간다.

헝가리 출신 예술사회학자 아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전4권·창비)도 매년 약 1만 부씩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문학과 예술의 역사를 시대별로 상세하게 쓴 이 책은 교재와 교양서로 주목받으면서 스테디셀러가 됐다.

출판사 까치글방은 대학 신입생의 교양 필독서로 꼽히는 책들을 정식 계약해 출간하고 있어 새 학기마다 웃음을 짓는다.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가 매년 5000여 부,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가 매년 4000여 부씩 지속적으로 팔린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매년 1만여 부씩 나갔으나 지난해에는 인문고전의 인기와 대통령선거 시즌이 겹쳐 판매량이 1만6000여 부로 늘었다는 게 출판사 측의 설명이다.

동서양의 고전을 망라한 한길사의 ‘한길그레이트북스’ 시리즈 125권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책은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 1998년 국내에 번역 출간된 이래 누적 4만 부, 연간 2000여 부씩 나간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학술 스테디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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