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한강의 기적’ 대관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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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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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예술극장 “작품 변경 신청 절차-규범 어겨”

2011년 초연 당시 연극 ‘한강의 기적’의 세 주인공. 왼쪽부터 정주영 역 김춘기씨, 이병철 역 이병술 씨, 박정희 역 장두이 씨. 동아일보DB
2011년 초연 당시 연극 ‘한강의 기적’의 세 주인공. 왼쪽부터 정주영 역 김춘기씨, 이병철 역 이병술 씨, 박정희 역 장두이 씨. 동아일보DB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미화하는 작품을 국공립공연장에 올린다고 해서 구설에 올랐던 연극 ‘한강의 기적-박정희와 이병철과 정주영’의 대관이 갑자기 취소됐다.

민중극단이 창단 50주년 기념작으로 올리는 이 연극은 당초 14∼24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극장의 대관을 담당하는 한국공연예술센터(이사장 최치림)가 6일 극단에 대관 취소를 통보했다.

취소 이유는 대관 절차상 오류. 한국공연예술센터에 따르면 민중극단은 지난해 11월 23일 ‘얼음상인 돌아오다’(유진 오닐 작)로 대관 승인을 받았다. 이후 극단이 ‘식민지에서 온 아나키스트’(김의경 작)로 작품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고 12월 24일 승인했다. 하지만 그 다음에 극단이 완전히 다른 작품인 ‘한강의 기적’을 올리면서 작품 변경 신청이 아니라 제목 변경 신청을 내고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대관 승인 절차와 규범에 어긋났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정진수 민중극단 상임연출은 이렇게 해명했다. “‘얼음상인…’으로 대관 신청을 할 때만 해도 2013년 4월쯤 대관이 나올 걸로 예상했는데, 2월에 대관이 됐다. 번역하기에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식민지에서…’를 각색하려 했는데 극작가가 탐탁지 않아 했다. 다시 2011년 초연한 ‘한강의 기적’으로 바꾸려는데 한국공연예술센터 담당자가 작품 변경 절차는 번거로우니 간단한 제목 변경으로 신청하라고 안내했고 그걸 따른 것뿐이다.”

작품 변경을 하려면 시놉시스와 대본을 첨부해 내부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제목 변경은 실무자 선에서 처리된다는 것. 한국공연예술센터 측은 실무자의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연극계와 일부 언론에서 ‘한강의 기적’의 내용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고 이후 절차상 문제가 발견돼 바로잡기 위해 대관을 취소했다. 담당자에 대한 징계는 내부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진수 씨는 “‘올해 초 박근혜 정부 출범에 맞춰 창단 50주년 기념 공연의 첫 작품으로 재공연을 기획하였다’는 등 공연 안내책자에 쓰인 문구에 대해 윗선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문제 삼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극단의 잘못도 아니고, 관례적으로 행해지는 절차를 문제 삼아 불과 공연 일주일 전에 대관을 취소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이 연극은 14∼24일 서강대 메리홀 소극장으로 옮겨 공연한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한강의 기적#대관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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