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똑… 똑…. 물방울 소리가 와 닿는 순간 벽면에 무지개가 피어난다. 물이 그릇에 떨어져 생겨난 소리와 파장이 빛과 연계된 작품이다(신성환의 ‘明’).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목마와 공중 관람차의 그림자가 스크린에 비친다. 그 너머를 엿보면 유년 시절 장난감이 렌즈와 거울을 통해 투사되는 것을 볼 수 있다(이예승의 ‘동굴 속의 동굴’). 전시장 벽면에 거꾸로 떨어지는 사람과 춤추는 사람 등 빛으로 만들어 낸 그림자가 너울거린다. 사건현장 사진에서 특정 부분만 오려 낸 이미지에 LED조명, 거울을 곁들여 완성한 환영(幻影)이다(이창원의 ‘Parallel World’)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기획한 ‘당신의 불확실한 그림자’전은 빛 소리 그림자를 오감으로 체험하는 자리다. 미술 음악 건축 등 다양한 장르 출신의 작가 8명이 공간에 대한 연구와 해석을 기반으로 공감각적 환영을 연출했다.
지하에서 3층까지 층마다 회화 조각 사진 등 복합 장르를 기반으로 개성적 공간이 펼쳐진다. 성기완의 ‘함바집’에선 비닐로 얼기설기 엮은 공간에 들어가 생활 소음과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커튼처럼 하얀 깃털을 바닥까지 드리운 하원의 ‘숨’은 숨소리, 심장박동을 곁들인 사유의 공간이다. 거울의 반영과 굴절을 이용해 빛과 그림자의 이중성을 탐색한 배정완의 설치작업도 나왔다.
첨단 테크놀로지에 의존해 초현실적 비주얼을 구현한 보통의 미디어 아트와 달리 아날로그 감성이 스며든 생활용품을 활용해 손으로 만질 수 없는 비(非)물질의 세계와 접속을 시도한 점에서 흥미롭다. 내년 2월 24일까지. 02-720-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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