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木雁, 꿈을 그리다’ 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1일 03시 00분


모두 닮아 보여도 모두 다른 80마리


닮은 듯 보여도 다 다르다. 현대 조각처럼 흰색 좌대에 정좌한 목안(木雁·사진)은 나무로 깎아 만든 기러기를 일컫는 말이다. 전통 혼례 때 고운 보자기에 싸여 등장하는 목안은 기본 형태가 비슷하지만 크기나 표정이 제각각이다. 이름 없는 장인들의 손으로 제작된 목안이 한데 무리지어 있으니 금방이라도 날개 털고 일어나 눈부신 군무를 펼칠 듯하다.

27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예화랑에서 열리는 ‘木雁, 꿈을 그리다’ 전은 단순한 형태에 기품을 갖춘 목안을 감상하면서 눈이 호사하는 잔치다. 원로화가 김종학 씨를 중심으로 안목 있는 컬렉터 8명이 수집품 80여 점을 공개했다.

100∼200년 묵은 목안들은 시간의 손길로 군데군데 닳고 빛이 바랬지만 반들반들 윤이 나는 얼굴로 세상 앞에 다시 섰다. 전시를 둘러본 김종학 씨는 “양반가에서 썼던 목안부터 시골 냄새 풀풀 나는 목안까지 나무기러기의 개성은 달라도 하나같이 빼어난 조형미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꼿꼿한 선비 같은 목안, 나무 결을 살려낸 우아한 목안, 민화처럼 해학미 넘치는 목안 등. 각양각색 나무기러기 틈에 그가 채색한 목안 한 마리도 숨겨져 있다. 새 삶을 여는 남녀의 백년해로를 축원하는 공동체의 소망이 담긴 목안, 그 안에는 우리 고유의 정신성과 풍성한 미학도 깊숙이 스며있다. 02-542-5543
#기러기#몸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