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펭씨네 가족’으로 美 출판계 달군 케빈 윌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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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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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 키드먼과의 차 한잔, 내 소설이 준 최고의 선물”

장편 ‘펭씨네 가족’으로 지난해 미국 출판계에 혜성처럼 떠오른 소설가 케빈 윌슨. “유명해지는 것보다는 그냥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게 그의 소박한 바람이다. 은행나무 제공
장편 ‘펭씨네 가족’으로 지난해 미국 출판계에 혜성처럼 떠오른 소설가 케빈 윌슨. “유명해지는 것보다는 그냥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게 그의 소박한 바람이다. 은행나무 제공
미국 시골(테네시 주 스와니)에서 나고 자란 작가가 있다. ‘고향을 떠난 적이 거의 없다’는 그는 궁벽한 고향에서 원고지 위에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열여덟 살부터 습작에 들어간 그는 서른세 살이 된 지난해 첫 장편을 발표했다. 이후 ‘시골 작가’의 운명은 바뀌었다.

그렇게 나온 케빈 윌슨(34)의 첫 장편 ‘펭씨네 가족(The Family Fang)’은 지난해 미국 출판계를 뜨겁게 달궜다. 타임 에스콰이어 피플 북리스트의 2011 소설 톱10에 들었고, 커쿠스리뷰에선 1위에 올랐다. 14개 나라와 출판계약도 맺었다. ‘눈 뜨고 나니 유명 인사가 된’ 작가를 가장 놀라게 했던 것은 할리우드 여배우 니콜 키드먼과의 만남이었다. 키드먼이 영화 판권 계약을 위해 그를 찾은 것.

최근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작가는 키드먼의 첫인상에 대해 “똑똑하고 단호하지만 친절하고 재미있는 사람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키드먼을 만난 건 엄청난 흥분 그 자체였다. 옆자리에 앉은 그녀와 커피 한잔을 하며 예술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소설 덕분에 가진 경험 가운데서도 가장 믿기 힘든 경험이었다.” 키드먼이 제작을 맡는 영화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래빗 홀’의 원작자 데이비드 린지어베어가 각본을 쓴다.

지난달 중순 국내에 출간된 ‘펭씨네 가족’(은행나무)은 극단적인 행위예술가인 펭 씨 부부와 애니, 버스터 남매가 주인공이다. 부부는 몸에 불을 붙이고 쇼핑몰 한가운데를 걷거나, 90세 노파로 변장해 오토바이 스턴트에 나선다. 문제는 이런 극단적인 행위예술에 아이들도 동원시킨다는 것. 미국에서는 “예술을 위한 예술이 정당한가”라는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독자와 평단의 반응에 완전히 놀랐다. 오로지 유전자만으로 연결돼 있는 그룹(가족)의 일원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복잡한 이야기를 풀어놓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작가는 “예술은 자신을 주장하는 가장 주요한 방법이 됐다”면서도 “물론 예술보다는 가족이 더 중요하다”고 현실적인 답을 했다.


단숨에 미국에서 주목받는 작가가 됐지만 그는 담담했다. “제일 큰 변화는 독자들의 반응을 듣는 것이다. 내 책을 읽고 나를 찾는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산 위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고, 일상은 지루하기 짝이 없으며, 별다른 변화 없이 흘러가고 있다.”

지루하게 사는 이 작가를 흥분시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이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야기를 꺼내자 “그 노래를 안 들어보기란 불가능하다. 굉장히 놀라운 노래”라고 반겼다. “나는 특히 보이밴드와 걸그룹에 굉장히 흥미가 있어 ‘소녀시대’를 잘 알고 있다. 내게 소녀시대는 싸이와 같은 효과를 가진, 즉 굉장한 기쁨을 주는 존재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케빈 윌슨#펭씨네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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