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왕의 귀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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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발상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세돌. 올 한때 부진했던 그가 다시 기록을 써가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자유로운 발상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세돌. 올 한때 부진했던 그가 다시 기록을 써가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왕의 귀환’, 이세돌 9단(29)이 돌아왔다.

한동안 부진했던 이세돌이 연말 각종 기전에서 잇달아 결승에 진출하며 ‘아직은 나의 시대’라고 외치고 있다. 이세돌은 이달 중순 삼성화재배 결승에 오른 것을 비롯해 △명인전 결승 진출(21일) △올레배 우승(23일) 등 알찬 수확을 거두고 있다. 또 박정환 9단에게 내줬던 국내 랭킹 1위 자리도 5개월 만에 되찾았다. 명실상부한 1인자로 복귀한 것이다.

이세돌은 올해 상반기 비씨카드배 32강전에서 당이페이(黨毅飛·19) 4단, 잉창치배 16강전에서 판팅위(范廷鈺·16) 3단, LG배 16강전에선 스웨(時越·21) 5단 등 중국의 1990년대 출생 기사들에게 잇달아 패해 충격을 줬다. 당시 이세돌이 30세에 접어들면서 집중력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마침 30대 후반의 이창호 9단(37)이 랭킹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과 함께 팬들의 실망이 커졌다.

부활의 청신호는 8월 국수전 본선 8강전에서 켜졌다. 당시 랭킹 1위이던 박정환 9단과의 대국이어서 누가 진정한 1위냐를 놓고 관심을 끌었다. 상대전적에서 5승 1패로 앞서가던 이세돌이 어렵지 않게 박정환을 눌렀다. 아직은 내가 1인자라고 말한 대국이었다.

10월 들어서는 이세돌의 호령소리가 커졌다. 두 달 동안 17승 3패로 80%가 넘는 승률을 보이고 있다. 모두 강자들을 상대로 한 성적이다.

가장 큰 고비는 최철한과 겨룬 삼성화재배 준결승전(3번기) 및 올레배 결승전(5번기). 길게는 ‘8번기’까지 갈 수 있는 싸움이었다. 먼저 삼성화재배 준결승전에서 이세돌은 최철한에게 2승을 챙겼다. 그보다 열흘 앞서 두어진 올레배 결승 5번기에서는 1, 2국을 1-1로 마쳐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세돌은 여세를 몰아 올레배 결승 3, 4국에서 잇달아 승리해 종합전적 3-1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세돌은 “오랜만에 우승해서 기쁘고, 최철한 9단과의 8번기에서 승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0년 올레배 첫 대회에서 우승한 뒤 3연패를 한 것이다.

명인전에서는 대회 3연패를 노리는 강자 박영훈과 4강에서 맞닥뜨렸다. 박영훈이 초반부터 우세를 지켰으나 막판 실수로 이세돌이 승리했다.

올레배 우승으로 1억 원을 번 이세돌에게 남은 기전은 각각 3억 원과 8000만 원의 상금이 걸린 삼성화재배 결승 3번기(12월 11∼13일)와 명인전 결승 5번기(12월 17, 18, 20, 21, 22일). 각각 상대는 구리 9단과 백홍석 9단. 구리와는 8승 1무 13패로, 백홍석과는 5연패를 포함해 3승 6패로 불리하다. 하지만 1995년 12세의 나이로 프로가 된 이후 17년 동안 결승전에만 54차례 올라 39차례 우승해 타이틀전에서만 72%의 승률을 보여 온 그가 두 결승전에서 어떤 승부수를 보여줄지 관심거리다.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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