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어느 봄날 서울의 선유도공원에서 사진 스튜디오 같은 공간을 발견하곤 ‘찰칵’ 했다. 그리고 2012년 가을, 같은 공간에 다시 아이들을 앉혔다.
콩깍지는 영원히 벗겨지지 않을 모양이다. 열 살과 세 살 때의 모습은 ‘찬란’ 그 자체였는데, 열두 살과 다섯 살인 지금 모습은 ‘휘황찬란’하다. 천성이 영락없는 여자인 첫째에게선 사춘기의 기운이 설핏 비치고, 도깨비와도 장난질을 할 둘째의 얼굴엔 제법 어른스러운 윤곽이 잡힌다.
변화가 없다면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을 알 방도가 있을까. 두 녀석이 각자의 생명력으로 세상을 잘 ‘소화’해냈기에, 아빠는 이제야 시간이 흘렀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두 장의 사진을 겹쳤을 때 나타날 아이들의 자란 키, 늘어난 살집, 탄탄해진 지혜가 온전히 한 여인의 공로임을 느낀다.
“얘들아, 그 생명력으로 세상을 너희들 ‘마음껏’ 살기를 바라. 그리고 우리 매년 같은 곳에서 사진 한 장 찍자.”
이슬라데솔(서울 양천구) Isladesol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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