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명문가 예르비 가문의 삼부자 지휘자가 내년에 줄줄이 내한한다. 왼쪽부터 막내 크리스티안, 아버지 네메, 장남 파보 예르비. 동아일보DB
에스토니아 출신 ‘지휘 명가(名家)’ 예르비 가문 삼부자가 내년에 잇달아 한국 무대를 찾는다. 세 차례의 내한 공연을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파보 예르비(50)와 그의 아버지 네메 예르비(75), 파보의 막냇동생 크리스티안 예르비(40)가 2013년 일제히 내한 공연을 펼치는 것.
오늘날 세계적인 지휘자로 활약 중인 파보와 크리스티안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 진행하는 오케스트라와 오페라 리허설에 자주 참가했고 매일 같이 공연장을 따라다녔다. 오페라 ‘라보엠’과 ‘라트라비아타’를 500번도 넘게 봤다는 파보는 “아버지의 조기교육 덕분에 지휘자의 꿈을 꿨다”고 말한다. 그의 이름도 핀란드 명지휘자 파보 베르글룬트의 이름을 딴 것이다.
아버지 네메는 7월 12, 1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첫 내한 공연을 펼친다. 그는 이 악단의 예술감독 겸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스트라빈스키의 ‘네 개의 노르웨이 정서’와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니콜라이 즈나이더 협연)을 연주한다.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서 태어난 네메는 에스토니아가 옛 소련에 병합된 뒤 레닌그라드 음악원에서 므라빈스키에게 지휘를 배웠다. 1979년 에스토니아에서 이 나라 출신 작곡가 아르보 파르트의 ‘크레도’를 초연한 뒤 가사가 종교적이라는 이유로 정치적 논쟁에 휘말리자 1980년 아내와 2남 1녀를 데리고 미국으로 망명했다. 파보는 커티스 음악원을, 크리스티안은 맨해튼음대와 미시간주립대를 나왔다. 둘째인 딸 마리카(48)는 플루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크리스티안은 2월 21일 서울시립교향악단의 객원 지휘자로 서울 예술의전당에 선다. 그는 사고를 당한 아들의 병간호로 일정을 취소한 정명훈을 대신해 지난달 베를린필을 지휘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 빈 톤퀸스틀러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거쳐 지난해 중부독일방송(MDR)교향악단 음악감독에 임명됐다. 팝과 재즈, 현대음악까지 아우르며 삼부자 중 가장 급진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서울 공연 레퍼토리는 브람스의 대학축전 서곡과 바이올린 협주곡, 피아노 사중주(쇤베르크의 관현악 편곡판). 독일 태생 바이올리니스트 아라벨라 스타인바허가 협연한다.
파보의 내한 공연은 내년으로 4년 연속이다. 2010, 2012년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2011년 파리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온 그는 내년 12월 4, 5일 도이체 캄머 필하모니와 함께 무대를 꾸민다. 이 악단과 일본에서는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는데 한국에서는 이 중 4곡을 고르기로 했다. 파보는 독일 오스트리아의 고전·낭만 레퍼토리에 무게중심을 두고 모차르트부터 번스타인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소화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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