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웹툰 休載공지 한컷에 아쉬웠던 독자 마음 사르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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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상 쉽니다’ 단순 알림 대신 에피소드 등 다양한 방식 활용
독자들에게 감동과 재미 선사

‘잘 만든 휴재 공지 하나, 열 에피소드보다 낫다?’

매일 아침 좋아하는 웹툰의 새 에피소드를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회사원 김나현 씨(26·여). 한 주 내내 손꼽아 기다렸던 웹툰이 제때 올라오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게시판에 ‘담당자님 지금 주무십니까?’ 하고 댓글을 달 정도는 아니지만, ‘이번 주는 쉽니다’ 하는 갑작스러운 휴재(休載) 공지가 걸리면 더럭 분노가 일기도 한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웹툰 작가들은 이따금 사정상 업데이트가 어려울 경우 연재를 쉰다며 휴재를 알린다. 보통은 포털 담당자 측에서 ‘○○○ 작가의 △△△는 이번 주 작가 개인 사정으로 쉽니다’ 정도를 공지사항 게시판에 올리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작가들이 직접 간단한 에피소드 형식으로 그려 올리는 등 다양한 형식으로 휴재를 알리면서 작가 본인이 느끼는 독자에 대한 미안함으로 독자들이 느끼는 상실감을 상쇄하기도 한다.

‘역전! 야매요리’의 정다정 작가는 지난달 19일 휴재 당시 평소에 받았던 질문들을 추려 모은 내용을 Q&A 식으로 정리해 눈길을 끌었다. ‘재료는 어디서 구하나’ ‘오븐은 살 생각 없나’ ‘남자친구 언제 생기나’ 등 17가지 질문에 재치 있게 답변해 호평을 받았다. 일부 댓글에는 ‘Q&A 휴재 공지가 웹툰보다 더 재밌다’는 의견도 나왔다.

휴재 공지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도 다양하다. 작가가 평소에 얼마나 성실했느냐와 작가에 대한 신뢰도를 알아보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2주 전 2화를 쉬었던 ‘미생’의 윤태호 작가는 평소 긴박한 전개와 탄탄한 스토리로 독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던 만큼 휴재 공지가 나간 뒤 “열심히 하셨으니까 쉬셔도 된다” “푹 쉬고 더 좋은 작품 만들어 달라. 기대하겠다” 등의 격려성 댓글이 많이 달렸다. 웹툰 ‘결혼해도 똑같네’의 네온비 작가는 자신의 생활 이야기를 작품 속에 털어놓다 보니 휴재를 알려도 사정을 잘 아는 독자들이 알아서 이해하고 오히려 건강을 염려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휴재가 자주 이어지는 작가는 독자로부터 외면당하기 쉽다. 웹툰을 평가하는 별점 하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작품의 드라마 제작이 결정되는 등 이름을 알린 한 유명 작가는 스토리상 비약이 심하다는 독자들의 지적이 계속되면서 휴재를 선언했다. 그러자 평소 불규칙한 업데이트에 불만을 품었던 독자들이 “지난주에 작가가 사인회 다니는 것 봤다”며 질타하는 글을 올렸다. 결국 평점이 꽤 크게 하락하면서 작가는 ‘두 달간 휴재’라는 유례없는 결정을 내렸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웹툰#휴재 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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