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여개의 집, 도란도란 속삭이는 듯

  • 동아일보

이형우 개인전

전시장에 1000여 개의 미니어처 집이 둥글게 혹은 한 줄로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기본 구조는 동일하지만 집의 재료와 크기는 제각각이다. 관객의 시선과 움직임에 따라 작품이 달라지기에 이리저리 걸으며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중견작가 이형우 씨(홍익대 교수)가 서울 마포구 상수동 최정아갤러리(홍익대 홍문관 내)에서 개인전(사진)을 열고 있다. 1997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참여한 뒤 드물게 전시를 가졌던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깔끔하고 정갈한 사색의 공간을 만들어냈다.

나무의 결이 오롯이 담긴 집, 골판지로 완성된 집, 우윳빛 대리석으로 만든 집, 투명한 아크릴로 제작된 집. 옹기종기 집들이 모인 설치작품은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하고 존재의 본질만 남긴 오브제로 구성돼 있으나 차갑지 않다. 작은 집들이 개별적 존재로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서로를 보완하면서 존재의 의미를 찾기 때문이다. 돌 석고 나무 아크릴 종이 등 자연과 인공의 매체로 제작된 집들은 어느 한쪽에서 주도권을 다투기보다 상호 조화를 이루며 공존한다.

설치작품과 더불어 그가 여행길에서 만난 일상 풍경을 포착한 사진과 금박과 은박을 입힌 ‘나무’ 작업도 선보였다. 전시는 31일까지. 02-540-5584
#전시#이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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