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성 서울대 교수 “페미니즘 오해 극복… 여성문제 공동 연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0일 03시 00분


여성연구학회협의회 초대 회장

한국여성연구학회협의회의 초대 회장을 맡은 정진성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선을 앞두고 여성학계에서도 주요 대선후보의 여성 관련 정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한국여성연구학회협의회의 초대 회장을 맡은 정진성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선을 앞두고 여성학계에서도 주요 대선후보의 여성 관련 정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여초(女超)’ ‘여풍(女風)’이라는 말이 자주 나오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여성학 연구자들이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난달 22일 서울대 규장각 강당에서 여성과 젠더를 연구하는 15개 학회가 모여 한국여성연구학회협의회 창립 심포지엄을 열었다. 분과학문으로 흩어져 있던 인문·사회 분야의 여성 및 젠더 관련 학회들이 뭉친 것이다. 대한여성건강학회 여성건강간호학회 한국가족학회 한국고전여성문학회 한국여성경제학회 한국여성문학학회 한국여성사학회 한국여성신학회 한국여성심리학회 한국여성철학회 한국여성체육학회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한국여성학회 한국영미문학페미니즘학회 한국젠더법학회가 참여했다. 과학 분야에서는 여성 주도의 학회 및 관련 단체들이 모인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현재 활동하고 있다.

협의회 출범을 이끌고 초대 회장을 맡은 정진성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59)는 “10년 전과 비교해 여성학의 위상이 약화되면서 여성학 연구자들이 연대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마침 제가 국내 최대 여성학회인 한국여성학회 회장이 되어 올해 1월부터 협의회 출범을 추진했지요.”

한국 여성학의 역사는 1977년 이화여대에 ‘여성학’ 강좌가 개설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1984년 한국여성학회가 창립돼 여성학이 분과학문임을 선언했고 1990년대에 빠르게 성장했으나 2000년대 들어 양적으로는 오히려 위축되기도 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가 지난해 한국여성학회 학회지 ‘한국여성학’ 27권 4호에 발표한 논문 ‘한국 여성학의 위치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현재 국내에 여성학과는 9개 대학에 개설돼 있다. 이 중 협동과정이나 세부전공이 아닌 독립된 학과는 이화여대 여성학과 한 곳에 불과하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대구가톨릭대 상지대 서울여대 숙명여대 한양대의 여성학과가 폐지됐다. 대학 부설 여성연구소는 2005년 22개에서 현재 18개로 줄었다. 여성학 연구자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번 한국여성연구학회협의회 창립 심포지엄에 참석한 교수, 연구자, 박사과정 학생 130여 명 가운데 남성은 2명뿐이었다.

정 교수는 “여성인권, 결혼이주여성, 성매매, 성폭력 문제 등 산적한 여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를 강화하고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와 반발을 극복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또 그는 “최근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통로로 등장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여성주의가 어떻게 자리매김할지 여성학계의 관심이 크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에 ‘○○녀’ 같은 여성 비하적 언어가 넘치는 데 대한 대처도 시급합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여성 리더십에 대해 조언을 부탁하자 정 교수는 “남녀 리더십을 구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여성은 늘 소수자의 위치였기에 남성보다 덜 권위주의적인 만큼 열린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여성연구학회협의회#정진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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