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형님들은 죽 쑤는데 동생들이 큰일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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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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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생 주축 한국팀, 4개국 국제신예대항전 우승

역대 최연소로 꾸려진 한국팀이 2012 국제신예대항전에서 대만과 일본, 중국팀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13일 벌어진 중국전 모습. 앞쪽에 턱을 받치고 있는 기사가 나현 2단. 한국기원 제공
역대 최연소로 꾸려진 한국팀이 2012 국제신예대항전에서 대만과 일본, 중국팀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13일 벌어진 중국전 모습. 앞쪽에 턱을 받치고 있는 기사가 나현 2단. 한국기원 제공
동생들은 이기고, 형들은 졌다. 지난주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는 국제 이벤트 기전 4개가 거의 동시에 열렸다. 이세돌 9단과 최철한 9단, 박영훈 9단 등 한국 바둑의 간판스타들은 개인전에서 모두 중국 기사들에게 패했다. 그러나 어린 꿈나무들이 4개국이 겨룬 단체전에서 승리했다.

○ 1995년 이후 출생자 맹활약

올해로 16회째를 맞는 국제신예대항전. 이 대회는 1997년 한중신예대항전으로 출범한 이후 2000년에는 일본, 2004년에는 대만이 합류해 4개국 출전대회로 커졌다. 8명이 팀을 이뤄 팀별 리그전으로 진행된다.

한국팀은 올해 사상 최연소로 팀을 꾸려 일본에 파견했다. 주장 이영구 9단(26)을 빼고는 모두 1990년대 출생자들. 김승재 5단과 이지현 3단만 20세(1992년생)이고, 나현 2단(1995년생) 최정 2단(1996년생) 오유진 초단(1998년생) 신민준 초단(1999년생) 신진서 초단(2000년생)은 10대 초중반의 어린 프로들이다. 이들 1995년 이후 출생자들은 한국 바둑을 이끌어갈 재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김승재와 나현, 오유진이 대만 일본 중국 기사에 차례로 3승을 거둬 우승을 견인했다. 김승재는 바둑리그 스마트오로팀 소속으로 올해 14승 3패로 리그 다승 1위이고, 나현은 지난해 삼성화재배 4강에 진출했으며 올해는 비씨카드배 32강에, LG배 8강에 진출하는 등 국제대회에서 관록을 인정받고 있는 기사. 오유진은 7월 여류 입단대회를 통해 프로가 된 꿈나무.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남자와 겨뤄 올해 세계청소년대회 한국대표 출전권을 따내기도 했다.

또 역시 7월에 입단한 최연소 프로기사 신진서와 신민준, 그리고 천재 소녀 최정도 2승 1패로 팀의 우승에 공헌했다.

이들의 활약 덕에 한국은 지난해 중국에 빼앗겼던 우승컵을 되찾았다. 한국은 이번까지 9번 우승했다. 중국은 7번. 주최국 일본은 올해 4위를 차지하는 등 4년 연속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승상금은 100만 엔(약 1450만 원).

○ 형들의 잇단 패배

세기의 라이벌로 평가되는 이세돌과 구리(古力) 9단. 그 둘이 16일 중국 구이린(桂林) 시에서 벌어진 ‘제1회 구이린배 한중일 프로바둑세계선수권자’ 결승에서 만났다. 대회에는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 9단도 일본 대표로 초청됐다.

이세돌은 비씨카드배 후지쓰배 삼성화재배 LG배 등 세계대회에서 13회, 구리도 7번 우승한 강자. 특히 이세돌은 지난해 비씨카드배 결승에서 혈투 끝에 구리를 3-2로 누르고 우승한 바 있다. 하지만 역대 전적은 8승 1무 11패로 불리하다. 이날 패배로 이세돌은 1패를 더했다.

또 1985년생 소띠여서 ‘황소 3총사’로 불리는 박영훈과 최철한도 모두 패했다. 박영훈은 13일 중국 창더 시에서 열린 ‘한중일 세계바둑명인전’ 결승에서 중국 명인 장웨이제(江維杰) 9단에게 져 준우승에 머물렀다. 장웨이제는 1회전에서 박영훈에게 졌으나 2회전에서 일본 명인 야마시타 게이고(山下敬吾) 9단을 누르고 다시 올라와 박영훈을 누르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올해 LG배 우승자 장웨이제는 중국 랭킹 4위.

최철한은 12일 제주도에서 열린 ‘한중 천원전’ 3번기 2국에서 천야오예(陳耀燁) 9단에게 2-0으로 졌다. 최철한은 전기 대회에서도 천야오예에게 패하는 등 8연패의 늪에 빠졌다. 역대 전적은 1승 9패. 최철한은 이 대회에 4차례 도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개인전#중국 기사#단체전#국제신예대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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