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 설명 오류, 내가 고치라는데…” 퓰리처상 작가 로스의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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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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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피디아측 끝내 수정 않고 ‘2차 정보출처’로 항목만 추가

미국의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필립 로스(79·사진)가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실린 자신의 작품 프로필 오류 수정을 놓고 위키피디아 측과 공방을 벌였다.

로스는 최근 뉴요커지에 실린 공개편지를 통해 “위키피디아에 실린 내 소설 ‘휴먼 스테인’ 작품 설명에서 오류를 발견하고 수정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휴먼스테인’은 명망이 높던 교수가 하루아침에 인종차별주의자로 낙인찍혀 몰락하는 과정을 통해 미국사회의 위선과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작품이다.

위키피디아에서 문제가 된 내용은 ‘휴먼 스테인’의 실제 모델이 누구냐는 것. 위키피디아에는 ‘휴먼 스테인’이 문학평론가 아나톨 브로이어드의 삶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돼 있다. 하지만 작가인 로스는 공개편지에서 “프린스턴대 동료 교수였던 멜빈 튜민이 실제 겪었던 일을 소설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멜빈 교수는 장기 결석 중인 흑인 학생 두 명을 지칭하며 ‘그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인간인가, 유령(Spooks)인가’라고 말했다. 문제는 ‘Spook’가 한때 흑인들을 비하하는 말로 쓰였다는 점이다. 그래서 멜빈 교수에 대한 마녀사냥이 벌어졌다. 아나톨 브로이어드는 소설을 쓰기 전에 알지도 못하던 사람이다.”

하지만 위키피디아 측은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최고의 권위자라는 사실을 이해하지만 믿을 만한 정보원이 될 수는 없다. 제2의 정보출처가 필요하다”며 로스의 정정 요구를 거절했다.

위키피디아는 누리꾼이 정보를 임의로 바꾸는 사례가 잇따르자 2009년부터 생존 인물에 대한 정보의 편집은 투표로 선출된 관리자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정보를 바꿀 때는 신문기사 등 공개된 자료 같은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로스의 편지가 뉴요커에 실려 논란이 되자 위키피디아 측은 기존의 정보를 그대로 놔둔 채 이 공개편지를 ‘2차 정보출처’로 간주해 그가 주장하는 내용을 ‘휴먼 스테인’ 항목에 추가했다. 영국 인디펜던트지의 칼럼니스트는 “로스의 심정을 이해한다. 그러나 위키피디아도 너무 심하게 나무라지 말자. 어쨌든 정보출처가 하나보다 둘일 경우가 나으니까”라고 평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필립 로스#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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