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쩍 한 장면 등장…영화 속 ‘미친 존재감’ 카메오 출연료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7일 19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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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송중기, 신하균, 강풀 작가
(왼쪽부터)송중기, 신하균, 강풀 작가
'출연은 짧게, 인상은 강렬하게.'

유명인들이 영화에 잠깐씩 얼굴을 드러내는 카메오(cameo) 출연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후추처럼 짧지만 강렬한 맛을 내는 카메오는 이제 영화에 없어서는 안 될 재료의 일부가 됐다. 요즘 어떤 카메오들이 나왔는지, 유형과 출연료는 어떤지 살펴봤다.

●"나온 줄 몰랐어요."

최근의 카메오는 △우리가 남이가 형 △욕심쟁이 감독 형 △까매요 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까매요 형은 원래 기능을 못하는 유형이다. 양념 역할은커녕 나왔는지 안나왔는지 관객은 까맣게 모른다. 대개 영화 관계자의 출연인 경우가 많다. 최근 개봉한 '나는 왕이로소이다'에는 이 영화의 투자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 손광익 대표가 노점 주인으로 화면에 스쳐 지나간다. 올해 초 큰 화제를 모은 '부러진 화살'에는 영화제작사 씨네2000의 이춘연 대표가 피의자로 나온다. '퀵' '살인의 추억' 등에도 영화담당 기자들이 나오지만 아는 사람만 웃는다.

가족을 위해, 혹은 원작자로 영화에 등장하는 '우리가 남이가' 형도 있다. 개그우먼 조혜련은 동생 조지환이 중대장으로 나오는 '미운 오리 새끼'에 산부인과 의사 역으로 특별출연했다. '이웃 사람'의 원작자인 만화가 강풀도 가방가게 손님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타짜'의 허영만 화백도 얼굴을 드러내 원작자의 의리를 지켰다.

'욕심쟁이 감독' 형에는 연출 뿐 아니라 연기에도 집념을 보이는 감독들이 속한다. '인류멸망 보고서'에 출연한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를 연출한 임필성 감독과의 친분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만만치 않은 연기 욕심이 엿보인다. 봉 감독은 '미쓰 홍당무' '피도 눈물도 없이' 등에서도 연기력을 뽐냈다. 최동훈 감독은 '범죄의 재구성' '타짜' 등에 자신의 '흔적'을 남겼는데, 배우가 많은 '도둑들'에는 출연을 자제했다.

애니메이션 감독이 자신의 캐릭터를 집어넣는 경우도 있다. 학교 폭력을 그린 스릴러 '돼지의 왕'의 연상호 감독은 자신과 꼭 닮은 의뭉스러운 캐릭터를 교실 뒤편에 관찰자로 등장시켰다.

●출연료는? '술 한 잔'

카메오 출연은 친분을 뿌리칠 수 없어서 출연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연히 출연료가 아예 없거나 적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정태는 '이웃사람'을 연출한 김휘 감독의 대학(부산 경성대) 후배로 이 영화에 특별출연했다. 출연료는 '소주 한 잔'으로 알려졌다. '해운대' 등을 연출한 윤제균 감독은 "카메오 섭외는 대개 술자리에서 이루어지는 데, 술 한 잔으로 '꼬신다'"고 털어놨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정약용 역으로 나온 송중기는 이 영화 주연인 차태현과 '절친' 이다. 송중기는 출연료를 극구 마다했지만 제작사는 백화점 상품권을 선물로 줬다. '인류멸망 보고서'의 봉준호 감독 출연료도 개량 한복 한 벌이다.

엔딩 크레디트에는 카메오를 '우정출연' 또는 '특별출연'으로 표시한다. 하지만 특별출연의 경우 친분 그 이상의 사연이 있기 마련이다. '건축학 개론'에서 엄태웅의 약혼녀로 나온 고준희는 편집 과정에서 출연 분량이 너무 많이 편집됐다. 제작사는 미안한 마음에 '조연'에서 '특별출연'으로 명칭을 바꿨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이문식도 주연이나 조연급 배우이지만 출연분량이 작아 특별출연으로 정하고 개런티를 조정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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