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금관 타고 흐르는 황금빛 선율

  • 동아일보

‘베를린필 브라스 앙상블’ ★★★★☆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금관연주자 12명으로 이뤄진 ‘베를린필 브라스 앙상블’. 이건 제공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금관연주자 12명으로 이뤄진 ‘베를린필 브라스 앙상블’. 이건 제공
오케스트라에서 현악이 얼굴이나 표정이라면 금관은 뼈대나 풍채에 해당할 것이다. 그만큼 금관은 청중에게 강력한 인상을 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 두터운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뚫고 나오는 금관을 따로 떼어내 듣는다면? 그것도 세계 최고의 연주력을 자랑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헤비급’ 주자들이 모인다면? 예상 밖으로 극도로 섬세하고 청명한 금관의 실내악적 향연을 만날 수 있다. 베를린 필의 ‘황도 12궁’이라 할 만한 12명의 금관연주자로 구성된 ‘베를린필 브라스 앙상블’이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그 모범답안을 보여줬다.

제23회 이건음악회로 열린 연주회는 완성도도 놀라웠지만 관객과의 친밀한 교감도 돋보였다. 공연에 앞서 연주회의 취지와 작품에 대한 해설을 통해 청중의 이해를 도왔고, 당일 생일을 맞이한 단원에게 관객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줬다. 연주회가 끝난 뒤엔 이번 음악회를 위해 실시한 ‘아리랑 편곡 콘테스트’에서 당선한 음대생 작곡가 성찬경 씨를 위해 단원들이 기념식을 마련했다. 출연자 중 홍일점인 호르니스트 사라 윌리스의 훌륭한 한국말 인사와 노련한 진행으로 객석과 무대의 거리는 더욱 좁혀졌다.

2007년에도 내한공연을 가졌던 이 앙상블은 여전히 빛나는 연주력을 발산했다. 다섯 대의 트럼펫과 트롬본, 한 대의 혼과 튜바로 구성된 이 앙상블은 완벽한 테크닉, 정확한 호흡과 더불어 금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아름다운 울림과 부드러운 하모니의 만남을 보여주었다. 첫 곡인 헨델 모음곡에서는 양 옆으로 위치한 트럼펫 솔로의 정겨운 화답과 화려한 음색의 경쟁이 빛을 발했고, 네 대의 트롬본이 연주한 다울랜드의 노래집에서는 섬세하면서도 영롱한 바로크적 분위기가 피어올랐다. 트럼펫 다섯 대와 트롬본 다섯 대가 좌우일렬로 위치하여 연주한 베버의 ‘마탄의 사수’ 발췌 장면의 웅장하면서도 환상적인 음향을 통해서는 이들의 출중한 기량을 만끽할 수 있었다.

20세기 대중음악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한 2부에서는 트럼펫을 다른 종류로 바꾸어가며 다양한 음색과 질감을 스윙의 물결에 실어내 금관의 다채로운 표정을 선사했다. 감각적인 유연함과 고급스러운 리듬이 돋보인 앙코르 무대도 훌륭했는데, 밝은 편곡과 극적인 구성이 돋보인 신작 아리랑의 신선함과 변화무쌍한 음색의 뉘앙스가 감동을 한층 증폭시켰다. 주말의 여름밤이 12명의 관악 연주자의 찬란한 황금빛 사운드에 의해 아름답고도 유쾌한 추억의 한 페이지로 장식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박제성 음악칼럼니스트
#음악#클래식#공연#공연 리뷰#베를린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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