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6기 국수전… 92는 달콤한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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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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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우석 초단 ● 이춘규 4단
예선 결승전 5보(88∼110)

88은 맥점. 흑의 반발 수단이 거의 없다. 손을 빼면 조여 붙이는 수가 모두 선수여서 흑이 괴롭다. 89로 받았을 때, 90으로 다시 한 번 흑의 응수를 물어본다. 하변 흑의 공격을 어느 방향에서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해 괜히 우변을 건드려 보고 있다.

양우석 초단은 흑이 91 대신에 92 자리에 두면 그 자체로 이득이라고 생각하고, 하변 중앙의 흑 말을 공격했을 것이다. 흑이 91로 받자 백은 92로 욕심을 부린다. 양우석이 꿈꾸는 그림은 참고도. 흑 1로 받으면 백 2, 4를 선수하고 백 6 정도로 공격해 백의 호조. 이런 달콤한 상상을 하며 92로 이은 것이다.

그러나 이춘규 4단은 93으로 거역한다. 우변 백돌을 살려주겠다는 수다. 이 수를 보고 양우석은 당황한다. 괜히 우변을 건드렸다는 후회와 함께 지금이라도 원래의 사석 작전으로 우세를 이어가자는 생각으로 94로 끼운다.

그러나 97, 99로 계속 밀고 나오자 봉쇄가 여의치 않다. 100은 기분 좋은 선수지만, 깨끗하게 봉쇄할 수 없어 백의 실패. 드디어 102로 갈라 치는 백. 92로 잇기 전에 두었으면 좋았을 수다.

흑은 103 마늘모로 얌전히 둔다. 백의 끊는 약점을 노리면서 하변 중앙 흑과의 연결도 엿보고 있다. 104는 하변의 흑을 쉽게 연결해 주지 않겠다는 뜻. 흑도 우변에 실리를 챙긴 만큼 이젠 모험을 하고 싶지 않다. 결국 105, 107로 물러서며 안전을 도모한다.

백이 108로 끊는 것은 당연한 수. 하지만 이미 바둑은 백의 흐름에서 흑의 흐름으로 전세가 뒤바뀌었다. 한순간의 욕심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윤양섭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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