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 신임 서울대교구장 “생명윤리-선교, 두려운 맘으로 최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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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장 임명 축하합니다” 10일 오후 서울 명동대성당 주교관 앞에서 열린 신임 서울대교구장 임명 발표 자리에서 정진석 추기경(왼쪽)과 새 교구장으로 임명된 염수정 총대리주교가 화합과 축하의 의미로 두 손을 맞잡고 있다. 염 주교는 착좌식이 열리는 6월 25일부터 교구 수장으로서 공식 활동을 시작한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대교구장 임명 축하합니다” 10일 오후 서울 명동대성당 주교관 앞에서 열린 신임 서울대교구장 임명 발표 자리에서 정진석 추기경(왼쪽)과 새 교구장으로 임명된 염수정 총대리주교가 화합과 축하의 의미로 두 손을 맞잡고 있다. 염 주교는 착좌식이 열리는 6월 25일부터 교구 수장으로서 공식 활동을 시작한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부족한 제게 맡겨진 중책에 두려움을 느낍니다. 교회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힘쓰고 생명윤리와 선교에 사목적인 노력을 다하겠습니다.”(염수정 주교)

염수정 (안드레아) 천주교 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69)가 10일 정진석 추기경(81) 후임으로 제14대 서울대교구장에 임명됐다. 염 주교는 착좌식이 열리는 6월 25일부터 교구 수장으로 공식 활동을 시작한다.

염 주교는 로마교황청의 임명 시점인 10일 오후 7시 서울 명동대성당 주교관 앞에 마련된 단상에서 교구장직을 수락하는 소감과 교구 운영 계획을 밝혔다. 서울대교구와 가톨릭계 관계자, 신자 등 3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염 주교는 정 추기경의 손을 잡고 주교관 안쪽에서 나타나 환하게 웃었다. 정 추기경은 다음 달 15일 퇴임 미사를 갖고 6월 착좌식 때까지 교구장직을 이어간다.

정 추기경은 축사에서 “염 주교는 교구 일에 신명을 다 바치며 묵묵히 자기 일을 수행해 왔으며 막중한 사명에 부응할 수 있는 능력과 성덕을 지닌 아주 훌륭한 분”이라며 “신임 서울대교구장과 함께 한국 교회는 새 시대를 맞았다”고 말했다. 염 주교는 이어진 답사에서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교회의 뜻에 순명해 대교구장직을 받아들인다”며 “(제가) 교회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교구장이 될 수 있도록 사제들의 협조와 수도자, 신자들의 기도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 추기경은 교구장직 승계 시점인 착좌식 날을 6월 25일로 잡으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교구장은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직한다. 민족상잔의 비극이 벌어진 날에 민족의 공존과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를 강조하도록 했다는 게 교구 측 설명이다.

염 주교는 다음 달 29일 바티칸의 성베드로대성원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로부터 팔리움(교황과 대주교가 제의 위의 목과 어깨 부분에 둘러 착용하는 좁은 고리 모양의 양털 띠)을 받는다. 팔리움은 가톨릭교회에서 주교 임무의 충실성과 교황 권위에 참여함을 상징하고 교황청과의 일치를 보여주는 상징적 표지다.

염 주교는 교구 내에서 생명문화운동에 관심을 기울여왔고 총대리주교로 맏형처럼 교구를 이끌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임명을 앞두고 주교 5, 6명이 서울대교구장으로 하마평에 올랐지만 교황청은 염 주교를 선택했다. 염 주교가 평소 소탈한 성품으로 교구 내 인화의 상징으로 불릴 정도로 지지가 높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교구 관계자는 “염 주교는 평소 자전거와 등산 등 운동을 즐기며 주교임에도 일선 사제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는 등 서민적이고 털털한 성품으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그가 국민적 지지가 높은 김수환 추기경의 유지를 잇는 옹기장학회와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 이사장을 맡아온 점도 평가된 것으로 교계는 보고 있다. 염 주교는 2020년까지 가톨릭 신자 비중을 국민의 20%까지 끌어올린다는 ‘2020 운동’을 이어받아 선교에 힘쓰는 한편 교구 생명위원회 위원장 경력을 이어 생명윤리 확립 역시 교계의 주요 과제로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1943년 경기 안성에서 태어난 염 주교는 1970년 사제품을 받은 뒤 서울 불광동 본당 보좌 신부로 성직에 첫발을 들였다. 서울 이태원, 장위동, 영등포 성당 주임신부를 거쳤으며 1992년부터 사무처장을 시작으로 서울대교구 일을 맡아왔다. 2002년 주교로 서품된 후 서울대교구 총대리주교와 주교회의 상임위원으로 임명됐고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장,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감사 등을 역임했다. 6남매 중 동생 수완, 수의 형제도 가톨릭 사제의 길을 걷고 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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