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반기문의 ‘또박 영어’를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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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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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영어 연설문/최형두 최민경 하정숙 지음/336쪽·1만4800원·위즈덤하우스

한국인은 영어의 문법과 발음에 지나치게 얽매이기 일쑤다. 오죽하면 강남의 엄마들 사이에서 아이의 영어발음 교정을 위해 혀 밑을 자르는 ‘설소대’ 수술까지 유행했을까.

이 책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5년간 전 세계 모든 나라의 공식석상에서 사용한 품격 있는 연설 표현을 배울 수 있도록 구성한 학습서다. 지금까지 글로벌 리더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스티브 잡스의 연설문이 인기였다. 한국 출신 세계적 지도자의 연설문으로 영어를 배운다는 사실이 또 다른 흥미를 자아낸다.

‘EBS 다큐프라임’의 실험에 따르면 반 총장의 얼굴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그의 연설을 들은 한국인과 외국인의 평가가 극명하게 갈렸다. 반 총장의 연설을 들은 한국인들은 ‘촌스럽다’ ‘발음이 뚝뚝 끊긴다’ 등의 이유를 들어 50점대의 점수를 준 반면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외국인들은 ‘아주 높은 수준의 단어를 사용하고’ ‘문장구조가 좋고 의사도 잘 전달했으며 내용이 분명하다’라고 평하며 90점대 후반의 점수를 줬다는 것.

유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총회 등 국제회의는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등 전 세계 각국에서 온 대표들의 ‘토종 발음’ 경연장이다. 미국식 ‘버터 발음’은 오히려 소수다. 손지애 아리랑국제방송 사장은 “CNN 서울지국장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대변인으로 활동하던 시절, 가장 필요했던 역량은 글로벌 이슈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토킹 포인트’였다”며 “명확한 의사전달력과 설득력을 갖춘 반 총장의 연설문은 좋은 교과서”라고 평가했다.

1월에 반 총장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유례없이 15개 상임·비상임이사국과 5개 지역그룹 의장의 추천을 받아 192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확정된 연임이었다. 1기 재임 동안 한때 ‘지나치게 조용한 리더십’이라는 가혹한 비판도 있었으나 특유의 동양적 리더십은 조화롭고 가교적(Bridge building)인 리더십으로 평가받으며 많은 실적을 거두었다. 특히 유엔 개혁, 남수단 독립, ‘아랍의 봄’을 불러온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과 리비아 카다피 정권의 몰락 과정에서 그의 조용하면서도 효율적인 리더십은 빛을 발했다.

저자는 “반 총장 연설문의 특징은 전 세계 핫이슈를 명료하게 분석하고 갈등 해결 방안을 제시한 뒤 인류애와 보편가치를 강조하며 청중의 감동을 이끌어낸다는 데 있다”고 말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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