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디바 추모 묵념으로 그래미 막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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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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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ney Houston 1963∼2012
Whitney Houston 1963∼2012
《“휘트니, 우리는 당신을 언제까지나 사랑할 겁니다.”(엘엘 쿨 제이) 13일(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제54회 그래미 시상식은 숙연함 속에 시작됐다. 시상식 바로 전날 떨어진 팝계의 큰 별 휘트니 휴스턴이 시상식의 분위기까지 바꿔놓은 것. 휴스턴은 흑인의 풍부한 성량과 ‘솔’에 도회적인 해석을 겸비해 20세기 가장 뛰어난 디바 중 하나로 꼽힌다. 1990년대 이후 가창력을 앞세워 등장한 대부분의 여가수들이 그의 절대적인 영향을 인정하는 ‘별 중의 별’이었다.》
세계 대중음악계의 최대 축제인 그래미 시상식은 분위기를 띄우려 8년 만에 무대 위에 사회자를 세웠다. 입담꾼으로 이름 난 미국의 래퍼 겸 배우 엘엘 쿨 제이였다. 하지만 그는 시상식 직전에 묵념을 제안했다. 그는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나갔지만 그녀의 아름다운 영혼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고, 스테이플스센터를 가득 메운 관객과 가수들이 제안에 따라 묵념했다.

이어 휴스턴이 예전 그래미 시상식에서 축하 공연을 했던 영상이 장내 스크린에 나오자 관객은 일제히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엘엘 쿨 제이는 “많은 슬픔과 기쁨이 있었을 텐데 (영상 속의 공연을 할) 당시가 휘트니에게 가장 즐거웠던 순간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도 매년 시작되는 바로 이 순간이 그랬으면 한다”며 비로소 시상식의 막을 열었다.

전반부에 출연한 여성 R&B 싱어송라이터 얼리샤 키스(30)는 “위대한 아티스트들은 유산을 남긴다. 우리는 그녀를 영원히 사랑할 것이다”라며 축하 무대를 시작했다. 고희를 넘긴 고인의 음악적 선배 스티비 원더(71)는 폴 매카트니의 축하 무대를 소개하기에 앞서 “하늘로 간 휘트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고개를 숙였다.

12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엔터테인먼트 단지 ‘LA 라이브’에서 음악 팬들이
휘트니 휴스턴을 추모하고 있다. 바닥에 새겨진 기념물은 지난 제36회 그래미 시상식에
서 휴스턴이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앨범’ 상을 수상한 것을 기념해 만들어진 것이다.
12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엔터테인먼트 단지 ‘LA 라이브’에서 음악 팬들이 휘트니 휴스턴을 추모하고 있다. 바닥에 새겨진 기념물은 지난 제36회 그래미 시상식에 서 휴스턴이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앨범’ 상을 수상한 것을 기념해 만들어진 것이다.
시작부터 엄숙한 분위기로 문을 연 시상식은 주요 부문을 시상하는 2부의 노른자위에 고인을 위한 시간을 할애했다. 그래미상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리코딩 예술과학아카데미의 닐 포트나우 회장은 2부 중간 무대에 올라 “우리 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려 한다. 그 가운데 휘트니 휴스턴을 먼저 기억한다”면서 지난해 숨진 음악인들을 차례로 소개했다. 영국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에이미 와인하우스를 필두로 게리 무어, 애플의 전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 등 수십 명의 고인이 영상을 스쳐갔다. 마지막으로 휘트니 휴스턴이 히트곡 ‘세이빙 올 마이 러브 포 유’를 부르는 장면이 떠올랐다.

이어 실황 카메라는 시상식 무대 위에 홀로 선 검은 실루엣을 잡았다. 웨이브로 부풀린 헤어스타일, 검은 민소매 드레스의 젊은 흑인 여성이 영화 ‘보디가드’의 주제곡 ‘아이 윌 올웨이스 러브 유’의 첫 소절을 부르기 시작했다. 미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이자 영화 ‘드림걸스’의 주인공으로 주목받은 젊은 디바 제니퍼 허드슨(30)이었다. 특유의 풍부한 솔 보컬로 휴스턴의 명곡을 소화한 허드슨은 눈물을 글썽이며 마이크를 내려놓았고 관객들은 일제히 기립해 그녀와 휴스턴을 위해 박수를 보냈다.

황병준 씨
황병준 씨
휴스턴의 사망으로 그늘이 드리우는 듯했던 올해 그래미상에 빛을 던진 것은 여전히 건재한 노장들의 무대였다. 결성 50주년을 맞은 비치보이스는 이날 무대에서 20여 년 만에 처음 한자리에 모여 공연을 펼쳤다. 비틀스의 전 멤버 폴 매카트니도 두 차례나 무대에 올랐다. 그는 비틀스의 명반 ‘애비로드’의 곡들을 연주하며 이날 시상식 무대를 닫았다.

한편 한국인 음반 엔지니어 황병준 씨가 미국 작곡가 로버트 앨드리지의 오페라 ‘엘머 갠트리’를 담은 음반으로 클래식 부문 최고 기술상을 받았다. 한국인이 이 부문에서 그래미상을 받은 것은 황 씨가 처음이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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