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4人4色 에너지, 대극장을 감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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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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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음악극 ‘思悼-사도세자 이야기’ ★★★★

사랑의 감정을 절절하게 그려낸 사도세자(이영일)와 부인 혜경궁 홍씨(이윤경)의 2인무. 무용사진가 한용훈 씨 제공
사랑의 감정을 절절하게 그려낸 사도세자(이영일)와 부인 혜경궁 홍씨(이윤경)의 2인무. 무용사진가 한용훈 씨 제공
10, 11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서 공연한 국수호 안무의 춤 음악극 ‘思悼-사도세자 이야기’는 단 4명의 무용수로도 대극장 무대를 충분히 휘어잡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2007년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뒤주에 갇혀 죽음을 맞은 사도세자의 마지막 8일을 사도, 혜경궁 홍씨, 영조, 정조 4명만으로 풀어낸다. 안무가 국수호 씨의 명성을 증명하듯 빈자리 없이 객석을 채운 관객이 80분 동안 몰입한 채 공연을 지켜봤다.

초연에 이어 주인공 사도세자 역을 맡은 이영일 씨(현대무용단 무브먼트 팩토리 컴퍼니 대표)의 춤은 발군이었다. 춤 동작이 유연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내공이 느껴졌다. 뒤주에 갇히기 전에 부인인 혜경궁 홍씨(이윤경)와 추는 2인무에선 부드러우면서 열정적이었고 1인무에선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호방한 기운을 뿜어냈다.

이번 공연에 새로 합류한 영조 역의 손관중 씨(한양대 교수)는 전반적으로 경직되어 보이는 춤 동작으로 유연한 사도와 대비를 이뤘고 정조 역의 정지욱 씨는 통통 튀는 순발력 넘치는 동작으로 아이 같은 느낌을 잘 살렸다.

홍동기 씨가 작곡한 20곡의 창작곡은 춤사위로 표현하는 배우들의 감정을 더욱 효과적으로 증폭시켰다. 2대의 피아노 음악 위주로 흐르다가 극도의 슬픔이나 괴로움을 표현할 때는 바이올린의 고음 연주가 더해졌다.

오케스트라 피트에 5.7t의 물을 채워 뒤주를 표현한 것은 시각적으로 좋은 아이디어였다. 뒤주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죽기 전 고통을 실감나게 살려냈다. 수조에서 옷을 완전히 벗은 사도가 물 밖으로 나와 무대 뒤로 사라질 땐 객석에서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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