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이장희의 스케치 여행]대한성공회 강화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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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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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성전에 보리수-회화나무 다정하게 서있는 뜻은

길 가던 노인이 언덕 위의 전통 전각을 향해 합장을 하며 읊조린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하지만 노인이 절집이라 생각하고 합장한 건물은 사실 성당이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 교회인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이다. 현판마저 ‘천주성전(天主聖殿)’이라 씌어 있다.

노인의 오해에 대한 에피소드는 성당 뒤편 사제관 사무실에서 만난 사무장에게 들은 이야기다. 성공회 강화성당 건물은 유리 한 장까지 100년이 넘은 문화재급이다. 하지만 미사가 없는 평일에는 건물 내부를 닫아 놓은 채였고, 일하는 사람도 잘 보이지 않았다. 내부를 보고 싶어 주위를 살피던 중 만나게 된 관계자가 반갑기만 했다. 그에게서 성공회의 역사를 들으며 성당 곳곳을 둘러봤다.

성공회는 1534년 로마 가톨릭에서 분리해 나간 영국 국교회의 전통과 교리를 따르는 교회들을 이르는 말이다. 기존 로마 가톨릭의 전통과 성서의 권위를 인정하면서도 구교와 신교의 장점을 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동서교회(로마교회와 정교회)의 분열 이전 초대 교회의 신앙을 지향한다. 이런 정신은 종파와 종교를 뛰어넘는, 다양성과 개방성을 강조하는 전통을 가져왔다.

강화성당은 그 외관부터 성공회 정신의 의미를 잘 보여준다. 전통 한옥과 교회가 융합된 모습은 언뜻 이질적 느낌을 주는 듯하지만, 토착화를 위한 성공회의 정성이 묻어 있는 건축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부는 바깥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넓은 느낌이었다.

다시 한 번 혼자서 천천히 건물 둘레를 걸었다. 가운데 놓인 전통양식의 교회 예배당과 불교를 상징하는 보리수, 유교의 선비를 의미하는 회화나무까지 모두들 오랜 정이 돈독히 쌓인 백년지기가 되어 햇살 아래 나란하다.(보리수는 타 종교와의 화합을 상징해 심은 것이고, 회화나무는 성당이 생기기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양지바른 곳에 앉아 가만히 손을 내밀어 겨울 햇볕을 쬐어 본다. 싸늘한 공기 속에 한 움큼 햇살만큼의 따스함이 손등 위에 내려앉았다. 고요한 평화가 깃들어 있던 교회 뒤뜰의 나긋한 오후였다.

이장희 일러스트레이터 www.tth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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