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왈츠… 폴카… 객석은 파도타기로 화답

  • Array
  • 입력 2012년 1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 ‘빈 슈트라우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日공연

왈츠로 새해를 여는 빈 슈트라우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공연 중 직접 바이올린 연주도 하는 지휘자 페터 구트(가운데)는 “왈츠는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작품과는 완전히 다른 사운드를 내야 한다”면서 “키스처럼 부드럽고 온화하고 아름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빈체로 제공
왈츠로 새해를 여는 빈 슈트라우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공연 중 직접 바이올린 연주도 하는 지휘자 페터 구트(가운데)는 “왈츠는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작품과는 완전히 다른 사운드를 내야 한다”면서 “키스처럼 부드럽고 온화하고 아름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빈체로 제공
신년음악회와 오스트리아 빈, 그리고 왈츠. 어깨동무한 세 친구 같다. 나긋나긋한 왈츠의 선율이 넘실대는 빈의 신년음악회가 동아시아의 무대로 옮겨왔다.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사라진 흥겨운 축제의 현장이었다.

3일 일본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홀. 공연 2시간 전부터 홀 앞에서 줄을 서 기다리던 관객들이 객석 2000여 석에 빼곡히 들어찼다. 15년째 일본에서 정초 무대를 꾸며온 빈 슈트라우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SFOW)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 서곡으로 문을 열었다.

1978년 이 악단을 창설한 지휘자 페터 구트(69)는 관객에게 내내 등만 보이는 여느 지휘자들과 달랐다. 슈트라우스의 오페레타 ‘인디고와 40명의 도둑’ 중 ‘빠른 걸음’과 슈트라우스 1세의 ‘아이젤레와 바이젤의 모험’에서는 객석을 향해 돌아서 직접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요제프 슈트라우스의 ‘겨울의 즐거움’에서는 작은 종을 흔들며 무대를 누볐다. 그는 객석 구석구석에 눈길을 보냈고 때로 두 손을 높이 들어 관객의 박수를 지휘했다.

에두아르트 슈트라우스의 ‘즐겁게’를 연주할 때 구트는 ‘파도’를 일으켰다. 만면에 웃음을 띤 관객들이 즐겁게 파도타기에 참여했다. 일본 소프라노 스즈키 노리는 제자리에서 천천히 돌면서 ‘박쥐’ 중 ‘고향의 소리’를 불러 갈채를 받았다. 합창석과 측면 좌석에 앉은 관객까지 무대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인상 깊었다.

빈 스타일의 왈츠가 흐르는 음악회는 어디서나 유쾌한 현장이 강조된다. 슈만은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도 어느새 춤판에 끌려 들어가고 악사들도 때로는 휘파람을 불며 모든 이들이 함께 추는 왈츠, 그것이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라고 했다. 특히 SFOW의 이날 공연에서 관객들은 수동적인 수용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향유자였다.

앙코르 때는 공연장이 들썩들썩했다. 구트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런 흥겨운 순간에는 마실 것이 있어야겠죠? 샴페인이 담긴 음악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샴페인 폴카’가 흐르는 동안 구트는 뻥뻥 소리를 내며 여기저기로 코르크 마개를 날려 보냈다. 피날레는 언제나처럼 ‘라데츠키 행진곡’이다. 지휘자와 바이올린 주자들이 무대에서 내려가 통로를 돌며 연주하고 관객은 박자에 맞춰 박수를 쳤다. 이어 무대에 일렬로 선 이들이 한목소리로 외쳤다. “아케마시테 오메데토(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연주회가 끝난 뒤 만난 구트는 “항상 새해는 지난해보다 더 나은 기분으로 시작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유머와 유쾌함이 깃든 왈츠는 딱 맞는 레퍼토리”라고 말했다. 그가 꼽는 왈츠의 매력은 춤추기에 적합한 리듬, 쉽게 기억할 수 있는 멜로디. 슈트라우스 부자(父子)의 왈츠는 특히 리듬의 완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우리 악단은 오리지널 빈 스타일 왈츠의 전통을 지키는 일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왈츠를 재밌고 신나는 음악으로만 여기지만 제대로 스타일을 살려 연주하기란 무척 까다롭습니다.”

구트와 SFOW는 곧 한국 무대를 찾는다. 소프라노 임선혜가 협연한다. 솜사탕 같은 왈츠가 흘러나오면 어느덧 온몸으로 리듬을 타면서 고갯짓과 발짓으로 박자를 맞추고 있게 될지도 모른다. 올 한 해, 왈츠처럼 달콤하고 경쾌하게 지나갔으면.

요코하마=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i: 17일 오후 7시 반 경북 구미시 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3만5000∼6만 원. 18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 홀, 4만∼15만 원. 19일 오후 7시 반 인천 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2만∼6만 원. 20일 오후 7시 반 경기 용인시 여성회관 큰어울마당, 4만∼6만 원.02-599-5743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