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바흐, 부드럽게 손을 내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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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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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콥스 ‘바흐의 b단조 미사’ ★★★★☆


고(古)음악의 거장 르네 야콥스(사진)가 첫 한국 무대를 위해 선택한 곡은 바흐의 b단조 미사였다.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중간 휴식 없이 1시간 40분 동안 깨끗하게 정련된 바흐의 음악이 울려 퍼졌다. 한양대 음악연구소가 주최한 제4회 서울국제바흐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 콘서트였다.

b단조 미사는 큰 규모나 고전낭만주의 음악과 차이가 나는 악기 편성 등의 이유로 국내 무대에서 접하기 어려운 곡이다. 야콥스는 이번 연주 내내 관객의 집중도를 팽팽하게 끌어당기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극적일 정도로 진폭이 크거나, 경건하고 장엄하기보다는 리듬감이 살아 있는 자연스러운 바흐를 선보였다.

콘체르토 쾰른 오케스트라는 현대 악기를 사용한 현 파트와 고악기를 쓰는 금관, 목관 악기군이 균형 있게 어우러졌다. 솔로 부분에서는 연주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연주했다. 트라베르소(옛 플루트)의 청아하면서도 부드러운 음색이 귀를 사로잡았다.

이번 공연은 성악 쪽에 무게중심을 실은 듯했다. 기악의 튼튼한 바탕 위에 유연하면서도 화려하게 합창이 펼쳐졌고 솔리스트들은 한껏 섬세한 앙상블을 살려냈다. 야콥스가 선택한 임선혜는 소프라노의 역할이 그리 크지 않았음에도 맑고 낭랑한 목소리를 기억에 남겼다. 카운터 테너 로렌스 차초가 부른 ‘천주의 어린 양(Agnus Dei)’은 호소력이 넘쳤다.

가장 빛난 주역은 베를린 리아스 실내합창단이었다. 베를린 필, 베를린방송교향악단 등 명문 악단들과 자주 무대에 서는 이 합창단은 베테랑다운 면모로 b단조 미사에서 합창이 점하는 비중을 새삼 느끼도록 했다. 기량이 뛰어난 리더들이 악구를 분명하게 매듭짓고 각각의 파트가 정확한 지점에 끼어들도록 했다. 3부 ‘크레도’부터 빨라지는 템포에도 흐트러짐 없이 지휘자의 의중을 한껏 치밀하게 살려냈다.

합창단 가운데에 앉은 솔리스트들은 때로 무대 앞으로 나오거나, 제자리에 서거나, 호른과 대칭되는 자리에서 제각각 노래했다. 소리의 밸런스를 유지하려는 지휘자의 의도로 짐작되지만 관객의 처지에서는 산만하게 느껴졌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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