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개발위원 9명, ‘민주주의’ 용어 채택 안 되자 사표… 집필 차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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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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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주의’는 안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새 역사교과서를 개발하기 위해 위촉한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의 일부 위원이 갑자기 사퇴해 교과서 개발 일정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배용 위원장 등 다른 위원들은 이들의 일방적인 사퇴 통보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교과부에 따르면 추진위원 20명 가운데 서울대의 오수창(국사학과) 양호환(역사교육학과) 교수 등 9명이 최근 사퇴 의견을 밝혔다. 위원들은 모두 2월에 위촉됐는데 국사편찬위원회가 교과서 집필기준을 10월에 마련하면 이를 검토해야 한다. 임기는 12월까지다.

교과부는 이들의 사표를 수리할 방침이다. 사퇴한 9명 대신 다른 전문가를 위원으로 임명할지, 나머지 12명의 위원만으로 향후 일정을 진행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10월 중 끝내려던 교과서 집필기준 작업은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 교수 등은 지난달 9일 교과부가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역사 교육과정을 고시하면서 초중고 한국사 부분에서 추진위가 제시한 ‘민주주의’라는 용어 대신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하자 항의의 표시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교과부는 교육과정 고시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다. 박제윤 교육과정정책과장은 “시안은 공청회 등 의견수렴 과정에서 수정이 가능하고, 최종 결정 권한은 국사편찬위원회와 교과부에 있다”고 말했다.

이배용 위원장도 이들의 사퇴 통보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위원장은 “오 교수 등 해당 위원들이 문제제기를 해서 30일 위원회를 소집해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며 “그런데 사전 예고도 없이 사표를 제출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건의사항이 있으면 위원회에 먼저 알려야 하는데 해당 위원들은 언론 등 외부에 먼저 알렸다”며 돌출행동에 불만을 나타냈다. 또 그는 “30일 열릴 회의에는 사표를 제출한 위원을 포함해 모두가 참석하도록 요청했다”며 “일부 위원이 문제를 제기한 ‘자유민주주의’ 문구 수정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퇴 의사를 밝힌 위원들은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 교수는 “오랜 기간 한국 현대사를 가르치는 중심 개념이던 ‘민주주의’ 대신 ‘자유민주주의’를 삽입하는 것은 광복 후 한국사의 발전을 설명하는 틀에 심각한 변화를 가져온다”며 “추진위 내부적으로 회의를 몇 차례 소집했지만 번번이 묵살당했다”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sorimo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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