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26은 일종의 기대기 수법. 삭감의 맥점이다. 흑이 아래로 젖히면 되젖히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흑이 27로 중앙으로 늘어둔 수는 정수다. 백 28로 모양을 갖출 때, 흑은 29로 백의 근거를 위협한다. 본래 백의 영토였던 좌하귀를 흑 23, 25로 도려내면서 노려왔던 곳이다. 백이 내려서면서 차단하면 2선에 붙여 쉽게 넘어간다.
이때 등장한 백 32가 무리수였다. 참고 1도처럼 백 1로 치받는 수가 올바른 응수. 흑 2로 넘어갈 때, 백 3이 기분 좋다. 백 9까지 제법 널찍한 집을 지어 활발한 모습이다.
흑 33, 35의 반발이 좋았다. 백 36, 38로 백은 별 탈이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흑 39가 반상에 떨어졌다. 원성진 9단이 전혀 예상 못한 수다. 백 40으로는 참고 2도처럼 백 1로 막고 싶지만, 흑 2, 4로 두면 백이 괴롭다. 백 5로 둬야 하지만, 흑 6의 패를 결행하면 백은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흑이 8로 패를 쓰면 백은 좌상귀냐 좌하귀냐 결단을 내려야 한다. 원 9단은 일단 백 40으로 참고 기다린다.
고근태 8단은 맛좋게 흑 41로 연결하면서 백을 압박해간다. 백 32라는 무리수를 잘 응징해 흑이 주도권을 잡은 장면이다. 백은 42, 44로 급하게 수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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