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조각으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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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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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영미술관 김신일展
드러나지 않는 조형미 탐색

김신일 씨의 문자조각. 알파벳을 겹쳐 의미를 알 수 없게 해 언어가 지닌 권력을 해체했다. 김종영미술관 제공
김신일 씨의 문자조각. 알파벳을 겹쳐 의미를 알 수 없게 해 언어가 지닌 권력을 해체했다. 김종영미술관 제공
‘시각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예술이다.’ 영국 소설가 조너선 스위프트의 말대로 미국 뉴욕에서 활동 중인 김신일 씨(40)는 우리 눈에 쉽게 드러나지 않는 제3의 아름다움을 탐색하는 작가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이 마련한 개인전에서 그는 ‘압인(押印) 드로잉’ ‘문자조각’ ‘영상사진’ 등 독특한 작업을 선보였다. 철학적 질문과 감성을 결합한 개념적 작품들이다.

투명한 유리처럼 보이는 화면 안에 구부정한 어깨를 가진 남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선과 빛을 제외한 외부 요소를 차단한 압인 드로잉이다. 뾰족한 도구로 종이를 눌러 자국을 만든 뒤 이를 플라스틱 캐스팅으로 떠낸 간결한 작업으로 조명을 받으면 그림자가 생긴다. 액자를 조금만 움직여도 사라지는 그림자를 작품으로 만나는 셈이다.

사람들이 낯선 문자를 대할 때면 의미가 아니라 형태로 만나게 된다. 알파벳을 겹쳐 의미를 파악할 수 없게 만든 문자조각은 언어가 지닌 견고한 구조를 해체해 문자의 본질로 환원한 작업이다. 일상의 사진을 4000배로 확대한 영상사진은 새롭게 드러난 픽셀의 색감과 형태에서 ‘시각의 한계로 보지 못하는 어떤 미의 세상’을 발견하게 해준다.

전시는 28일까지. 02-3217-6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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