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숙 신작 ‘미칠 수 있겠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8일 03시 00분


쓰나미 덮쳐오듯 참혹한 현실도
견디고 이길 수 있는 힘은 사랑

소설가 김인숙 씨(48·사진)는 5년 전 인도네시아 발리에 처음 갔다. 김 씨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강렬한 태양도, 에메랄드 빛 바다도 아니었다. 그의 마음이 꽂힌 것은 발리어. 발리어는 과거형, 미래형의 시제가 없이 현재형만 있다. 그는 현재형으로만 말하고 생각하는 발리 사람들의 얘기를 써보고 싶었다.

김 씨의 신작 장편 ‘미칠 수 있겠니’(한겨레출판)는 발리를 찾은 한 한국 여성과 현지 남성 가이드와의 로맨스를 그렸다. 달달하진 않다. 살인과 지진 등의 사건사고가 일어나기 때문에 사랑은 장밋빛이기보다는 핏빛 로맨스에 가깝다.

김 씨는 7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기자와 만나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의 얘기를 쓰고 싶었다”며 “새로운 변화를 주고 싶었는데 제대로 됐는지는 모르겠다”며 웃었다.

작품은 7년 전 살인사건과 현재 지진 상황을 오간다. 여주인공 진은 남자친구 유진과 함께 발리를 방문했고, 유진은 발리에 눌러 앉는다. 다시 발리를 찾은 진은 유진이 바람을 피운 현장을 확인하고 그 현지 여성을 죽이려 한다.

시간은 흘러 7년 뒤. 진은 다시 발리를 찾고 자신을 가이드 한 현지 남성 이야나를 만나 위로를 받으며 서로 가까워진다. 그때 다시 큰 지진이 일어나 모든 것이 쑥대밭이 되고, 7년 전 살인사건의 진실이 드러난다.

‘비로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시체들이었다. 눈 닿은 곳 어디에나 시체였다…그 어느 시신 하나 멀쩡한 것이 없이 찢기고 뒤틀리고 물에 불었는데, 부릅뜬 눈동자들만이 멀쩡했다.’

작품 속 쓰나미 피해 현장은 생생하고 참혹하다. 김 씨는 지난해 6월 발리에서 4개월 간 머물며 집필했지만 쓰나미를 직접 겪은 것은 아니다. 올해 초 한국에서 책의 마무리 작업을 할 때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지만 TV를 보지도 않았고(집에 TV가 없다) 인터넷 동영상도 찾아보지 않았다고 했다.

폭풍처럼 휘몰아치던 이야기는 다시 시작하는 사랑의 암시로 끝을 맺는다. “작품의 배경 자체가 지진이고 참혹하기는 해도 그 모든 상황을 견뎌내고 이겨내는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을 통해 이겨내는 삶을 얘기하고 싶었다”라는 게 김 씨의 말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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