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주이야기]로열 살루트 5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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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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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는 힐러리 경에게, 77호는 엄홍길에게

로열 살루트 50년.
로열 살루트 50년.
1953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대관식이 열리던 날 영국의 위스키 명가 ‘시바스 브러더스’는 ‘로열 살루트’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200년 이상 축적해 온 위스키 생산 기술을 집약해 빚어낸 명품 위스키가 세상에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그 뒤 반세기가 흐른 2003년 6월. 시바스 브러더스는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50주년을 맞아 특별한 위스키를 만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255병만을 한정 생산한 ‘로열 살루트 50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시바스 브러더스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 50주년 10년 전인 1993년, 40년 이상 숙성된 원액만을 모아 특별한 블렌딩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렇게 블렌딩 된 원액을 다시 10년 동안 ‘코로네이션 캐스크’ 오크통에 담아 숙성시켜 로열 살루트 50년을 만들었다. 콜린 스캇 로열 살루트 마스터 블렌더는 “이런 블렌딩은 스카치위스키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예술”이라며 “위대한 위스키를 만들겠다는 시바스 브러더스의 장인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특별한 위스키답게 겉모습도 화려하다. 로열 살루트 50년 병은 최고연산 제품의 위엄을 자랑하듯 영국의 유명 도자기 브랜드인 ‘웨이드’의 최고 장인이 만들었다. 짙은 푸른 빛깔의 도자기병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위스키의 가치를 더한다.

라벨도 화려하다. 로열 살루트 50년 라벨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왕실 사자가 정통 예포를 양 옆에서 지키는 모양이 장식돼 있다. 수공예로 순은과 순금을 이용해 만든 이 라벨은 보는 이의 마음을 빼앗는다. 마개 역시 순금과 순은으로 만들어졌다. 여기에 각 병에는 고유 번호를 새겨 희소성을 더하고 명품의 품격과 권위를 입혔다.

위스키 자체의 가치도 뛰어나다. 풍부한 과일 향과 부드러운 스모키 너트 향이 조화를 이뤄 어떤 위스키와도 비교할 수 없는 최상의 맛을 자랑한다.

‘최고의 명예와 성공에 바치는 최고의 찬사’라는 의미에 걸맞게 위스키 주인도 화려하다. 시바스 브러더스는 2003년 이 위스키 1호를 1953년 세계 최초로 당시 인간 도전의 한계로 여겨졌던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한 에드문트 힐러리 경에게 헌정했다.

국내에도 이 최고의 위스키를 헌정 받은 인물이 있다. 한국인 최초 히말라야 8000m 고봉 14좌를 차례로 정복한 산악인 엄홍길 씨가 주인공이다. 로열 살루트는 끊임없는 도전정신을 높이 사 ‘로열 살루트 장인상’과 함께 로열 살루트 50년 77호를 2003년 엄 씨에게 헌정했다.

출시 당시 가격은 약 1만 달러(약 1100만 원). 하지만 그 상징성과 희소성으로 지금 가치는 출시 당시 금액보다 훨씬 높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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