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박홍관의 차(茶) 기행]동방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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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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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먹은 찻잎에 영국여왕이 반했다

동방미인은 대만을 대표하는 차다. 원래 이름은 바이하오우룽(白毫烏龍·백호오룡). 찻잎에 흰털(白毫)이 많아 그런 이름이 붙었다. 마시면 장수한다고 해 푸서우차(福壽茶)라고도 한다.

동방미인이란 이름은 영국 왕실에서 붙였다는 설이 있다. 빅토리아 여왕의 재위 시절(1837∼1901년) 영국 왕실에서는 백호오룡을 즐겨 마셨다. 그런데 찻잔 속 찻잎의 하늘거리는 모습이 아름다운 동양 미인(oriental beauty)의 춤추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 ‘동방미인’이란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앞서 이야기한 여러 별칭 가운데 ‘동방미인’이 유독 대중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게 됐고 지금은 거의 고유명사로 굳어졌다. 필자는 지난해 산둥(山東) 성 칭다오(靑島)의 대만차 전문점 점원이 백호오룡은 모르고 동방미인만 알고 있어 놀란 적이 있었다.

○ 벌레 먹은 차가 더 맛있다

동방미인 맛의 비밀은 샤오뤼예찬(小綠葉蟬·소록엽선)이란 벌레에 있다. 소록엽선은 한국에서 초록애매미라고 부르는 벌레다. 이 벌레가 찻잎의 진액을 빨아먹는데, 그 자리에서 차의 독특한 화학반응이 일어나 동방미인의 고유한 향(상큼하고 향긋한 과일향)이 된다. 즉 동방미인은 벌레가 먹어 제대로 자라지 못한 찻잎으로만 만들어야 제 맛이 난다.

동방미인은 대만의 4대 차나무 품종 중 하나인 칭신다우(靑心大有) 찻잎으로 만든다. 벌레가 찻잎을 먹어야 차 맛이 제대로 나기 때문에 동방미인용 차밭에는 농약을 치지 않는다. 또 벌레가 충분히 생겨야 하므로, 다른 종류의 차보다 좀 늦은 6월 10∼20일에 만들어지는 것이 가장 고급에 속한다. 벌레 먹은 찻잎에서 더 큰 부가가치가 나오니 어찌 보면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 녹차보다 떫은맛 적어

오룡차는 찻잎을 실내외에서 위조(僞凋·찻잎을 시들게 하는 것)한 후, 찻잎끼리의 마찰을 통해 발효를 고르게 하는 낭청(浪靑), 찻잎을 솥에 넣어 150℃에서 10분 전후로 덖어내는 살청(殺靑·찻잎의 산화와 발효를 멈춤), 찻잎을 천으로 덮어 또 한번의 발효가 일어나게 하는 민숙정치, 유념(柔捻·찻잎 비비기), 건조를 거치는 특별한 공정으로 완성된다. 오룡차에는 떫은맛을 내는 성분인 카테킨이 녹차의 절반 이하로 들어 있다.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

대만산 차는 그 등급과 품질이 중국에 비해 투명하고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대만 차가 중국 대륙에서도 호평을 받아 등급이 높은 차는 품귀 현상을 보일 정도다.

동양차도구연구소 소장 www.seok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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