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원생들의 특별한 공연

  • Array
  • 입력 2011년 5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유인촌 前장관 재능기부... 고봉정보중고교 연극반 지도
자신들 이야기 덧댄 연극... 300여 명 관객에 감동 선물

12일 경기 의왕시 고천동 고봉정보통신중고교(옛 서울소년원) 강당에서 열린 이 학교 학생들의 연극 ‘굿 닥터’ 공연 모습. 20여 명의 학생은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지도를 받아 3개월간 연습한 끝에 감동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법무부 제공
12일 경기 의왕시 고천동 고봉정보통신중고교(옛 서울소년원) 강당에서 열린 이 학교 학생들의 연극 ‘굿 닥터’ 공연 모습. 20여 명의 학생은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지도를 받아 3개월간 연습한 끝에 감동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법무부 제공
12일 오후 경기 의왕시 고천동의 고봉정보통신중고교(옛 서울소년원) 강당에서는 특별한 공연이 열렸다. 소년원생들이 미국 극작가 닐 사이먼이 1973년 발표한 코미디극 ‘굿 닥터’를 3개월에 걸친 연습 끝에 무대 위에 올린 것.

이날 공연은 하급 공무원의 실수담을 다룬 ‘재채기’, 두 노인의 황혼의 사랑을 그린 ‘늦은 행복’ 등 기존 원작의 8개 에피소드에 소년원생들 자신의 이야기를 덧대어 상연됐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이대영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 변호사 출신인 이두아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소년원 교사, 자원봉사자 등 300여 명은 소년원생들이 진심을 담아 준비한 연극에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다.

‘굿 닥터’ 공연은 연극배우 겸 연출가 출신인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유 전 장관은 ‘공직에서 물러나면 재능을 기부하며 살겠다’는 평소 소신을 실천하기 위해 이 장관에게 부탁해 고봉정보통신중고교를 소개받았다. 연극반이 생기고 유 전 장관이 직접 지도를 한다는 소식이 퍼지자 순식간에 학생 20여 명이 몰려들었다.

유 전 장관은 처음에는 매주 한 차례 학생들을 상대로 연기를 지도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정규 학력 인증을 받기 위해 치르는 검정고시가 끝나고 공연날짜가 가까워진 지난달부터는 일주일에 네 차례로 연습시간을 늘렸다. 소년원생이라는 딱지가 붙은 탓에 처음에는 어딘지 모르게 주눅 들어 있고 쑥스러워하던 학생들은 유 전 장관의 가르침을 받으며 차츰 연극에 재미를 붙여갔다.

이날 공연이 끝난 뒤 유 전 장관은 “소년원 학생들이 훌륭한 연극무대를 내게 선물해준 것 같아 너무 흐뭇하다”며 “앞으로 소년원 학생들에 대한 연극지도를 다른 소년원 학교까지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연극에 출연한 김성기(가명·17) 군은 “무대가 낯설고 힘도 들었지만 유 선생님께서 도와주셔서 공연이 가능했다”며 “연극은 다른 사람의 삶을 경험하고 나의 미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뜻깊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