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4일 개봉 ‘써니’서 당찬 연기 보이는 ‘어린 나미’역 심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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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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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묻지 않은 소녀? 실제론 남자 같대요”

《830만 명을 동원한 ‘과속스캔들’의 강형철 감독이 신작 ‘써니’(5월 4일 개봉)로 다시 돌풍을 예고했다. 전작에서처럼 강 감독은 평범한 스토리를 비범하게 꾸몄다. 여고 동창생 7명이 중년이 돼 만나 다시 우정을 나누는 내용의 이 영화는 눈물 속에 웃음을 섞고, 웃음 속에 눈물을 묻어두는 솜씨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주인공 ‘나미’역의 유호정 아역인 심은경(17)은 여러 배우들 중 단연 돋보인다. 영화는 웃음의 8할을 그에게 빚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미가 속한 서클 ‘써니’가 라이벌 서클 ‘소녀시대’와 욕설로 대결하는 장면에서 심은경의 ‘빙의’(귀신들림) 연기는 영화의 백미다. 전남 벌교에서 갓 전학 온 나미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욕설 폭탄으로 상대방을 단번에 제압하고 영웅이 된다.》

1980년대 보니엠의 노래에서 이름을 딴 여고생 서클 ‘써니’의 멤버들. 심은경(오른쪽에서 세 번째)은 전남 벌교에서 서울로 전학 온 서클 멤버 ‘나미’ 역을 맡았다. CJ E&M 제공
1980년대 보니엠의 노래에서 이름을 딴 여고생 서클 ‘써니’의 멤버들. 심은경(오른쪽에서 세 번째)은 전남 벌교에서 서울로 전학 온 서클 멤버 ‘나미’ 역을 맡았다. CJ E&M 제공
1980년대 여고생들의 우정을 다룬 영화 ‘써니’에서 능청스러운 코믹연기를 선보인 심은경은 “어릴적 내성적인 성격을 바꾸기 위해 연기학원에 다녔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980년대 여고생들의 우정을 다룬 영화 ‘써니’에서 능청스러운 코믹연기를 선보인 심은경은 “어릴적 내성적인 성격을 바꾸기 위해 연기학원에 다녔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4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심은경은 “이 장면이 관전 포인트라고 생각해 고민이 많았다”며 웃음 지었다.

“리듬을 타면서 랩을 하듯 욕을 하는 방법, 무조건 소리를 지르는 방법 등을 고민했죠. 그러다가 전에 출연했던 영화 ‘불신지옥’의 신들린 장면을 떠올렸어요. 그때보다 ‘쬐끔’ 강하게 하려고 했죠.” 2009년 개봉한 ‘불신지옥’에서도 심은경은 교통사고 뒤 신들린 소녀로 나와 작두 타는 연기를 했다.

여고생인 그는 영화에서 때론 순수하고 때론 능청스러운 연기를 보여준다. 최근 개봉한 ‘로맨틱 헤븐’에서는 할머니 연기로 눈길을 끌었다. 극 중 교통사고로 죽은 뒤 천국에서 소녀로 회춘한 할머니 역이었다.

“능청스러움이 몸에 배어 있어요. 아마도 어머니에게 배운 것 같아요. 그냥 편하게 말하는데 아이 말투는 아니라고 주변에서 그래요.”

전라도 사투리 연기는 감칠맛이 난다. 전라도 출신 선배인 이한위가 녹음해준 ‘학습 테이프’로 배웠다. “경상도 사투리처럼 발음이 세지 않아 애 먹었어요. 제가 시골 아이같이 촌스러운 면이 있다고 주위에서 그래요.” 그는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지만 서울에서 줄곧 자랐다.

2004년 MBC 드라마 ‘단팥빵’으로 데뷔한 그는 연기경력 8년의 ‘중견 아역 배우’로 통한다. 배꼽 잡는 코믹 연기만 잘하는 게 아니다. ‘써니’에서는 첫사랑을 친구에게 빼앗기고 눈물짓는 감성 연기도 보여준다.


“감독님이 만화에서 툭 튀어나온 것 같은 캐릭터를 주문했어요. 순수한 소녀의 모습이죠. 하지만 실제 성격은 소년 같아요. 남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겨(모형) 수집이 취미죠. 엄마한테 남자같이 군다고 혼나요.”

‘스펙스’ 상표 운동화를 신었다고 놀림을 당하는 나미처럼 배경을 수놓는 1980년대 풍경도 영화의 재미다. 불량소녀들은 면도날을 씹고, 형광등을 부러뜨려 싸운다. 영화 ‘라붐’의 주제곡인 ‘리얼리티’, 나미의 ‘빙글빙글’, 조이의 ‘터치 바이 터치’ 등 당시 음악이 흥겹다.

“요즘 10대나 당시나 다른 건 없다고 봐요. 철없고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 이지아의 아역, ‘만덕’에서 이미연의 아역으로 얼굴을 알렸던 심은경은 이번 영화에서는 극을 이끄는 역할을 맡았다. 강 감독에게서도 “이번 영화를 통해 배우 심은경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전에는 현장에서 어머니와 연기에 대해 상의했지만, 이번에는 감독님하고만 이야기했어요. 이제는 홀로 선 연기를 보이려 노력하죠. 캐릭터를 해석하는 능력을 배웠어요.”

그는 극 중 나미처럼 새 학교에 적응하느라 바쁘다. 지난해 말 미국 유학을 떠나 가톨릭 계열의 피츠버그 빈센션 고교 10학년에 재학 중이다. 봄 방학을 맞아 한국을 찾은 것이다. “처음에는 두려웠는데 학교는 똑같더군요. 아직 학교에서 ‘써니’ 서클은 못 만들지만 친구들과 수다 떨고 재미있어요.”

국내에서는 좋은 작품의 배역이 들어오면 거절할 수 없어 공부에만 전념하려고 미국행을 택했단다. 그래도 방학 중엔 짬을 내어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인생의 모델은 비틀스의 싱어송라이터 조지 해리슨이죠. 그는 존 레넌, 폴 매카트니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지만 비틀스의 음악을 좌우한 멤버잖아요. 스타가 되기보다는 한국 영화계를 좌우하는 인물이 되고 싶어요. 연기자든 감독이든….”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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