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주스토리]글렌피딕 최고급 제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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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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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 오크통에서 꺼낸 50년산 50병

최소 50년 이상 숙성된 원액으로 만든 ‘글렌피딕 50년’ 2009년부터 10년 동안 매년 50병만 생산된다.
최소 50년 이상 숙성된 원액으로 만든 ‘글렌피딕 50년’ 2009년부터 10년 동안 매년 50병만 생산된다.
‘글렌피딕 50년 2nd 에디션’은 시간의 결과물이다. 그 속에는 하염없이 긴 시간을 견뎌온 ‘기다림의 미학’이 담겨 있다. 글렌피딕 50년산의 원액은 오크통에서 최소 1만8250일을 보낸다. 시간으로 따지면 43만8000시간에 달한다. 수없이 많은 정치, 사회, 문화적 사건이 시간 위를 흘러 역사 속으로 사라질 만한 세월이다.

세계 최초로 100% 싱글몰트 위스키를 상품화하고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 판매 1위인 ‘글렌피딕’의 최고급 제품이 바로 글렌피딕 50년산이다. 2009년 처음으로 선보인 글렌피딕 50년산은 9개의 오크통에서 태어났다.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피딕 브랜드를 만드는 스코틀랜드의 증류주 업체 윌리엄그랜트앤선즈는 설립자인 윌리엄 그랜트와 함께 증류소를 세운 9명의 자녀를 위해 1937년과 1939년 사이에 9개의 저장고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을 기리기 위해 원액 숙성을 시작했다. 원액이 세월을 견딘 시간은 최소 50년, 더 오래된 원액은 무려 70년이 넘는다.

1937년 숙성을 시작한 위스키에 ‘50년산’이 붙은 이유는 ‘천사의 몫’ 때문이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오크통에 들어 있는 동안 숙성과정에서 해마다 2% 정도의 원액이 증발돼 사라진다. ‘천사의 몫’이라 일컬어지는 이 증발량 때문에 오크통에 해마다 그 정도의 원액을 다시 채워야 한다. 글렌피딕은 1959년 마지막으로 원액을 채워 넣은 9개의 오크통에서 뽑은 원료로 2009년 말 글렌피딕 50년산 첫 번째 에디션을 세상에 선보였다. 지난해 두 번째 버전을 출시한 글렌피딕은 2019년까지 매년 50병을 생산할 예정이다.

사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라는 회사명도 창업주 윌리엄 그랜트가 1887년 그의 자녀들과 함께 증류소를 세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창업주와 그의 아들을 기리기 위한, 회사를 대표하는 위스키답게 오랜 숙성 시간과 더불어 장인의 손길을 거친 후 숙성 과정도 버텼다. 글렌피딕의 수석 몰트 마스터 데이비드 스튜어트는 위스키를 병에 담기 전 6개월 동안 다시 한 번 아메리칸 오크통에 담아 숙성을 시키는 과정을 진행했다. 그리고 비로소 조화로운 맛과 향이 다른 제품과는 비교할 수 없는 호박빛 위스키가 탄생했다. 화려한 황금빛 위스키가 담긴 각각의 병에는 일일이 손으로 쓴 개별 넘버가 기록돼 있다.

국내에는 지난해 초 첫 번째 버전 2병이 들어왔다. 2800만 원을 호가하는 가격에도 2병이 모두 팔렸다. 올해에는 ‘글렌피딕 50년 2nd 에디션’이란 이름으로 1월 국내에 3병이 들어왔다. 값은 2700만 원. 1병은 이미 팔렸고 1병은 현재 판매 협의 중이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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