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25와 백 26은 맞보기. 이창호 9단은 흑 25, 27, 29로 세력을 키운다. 흑 27, 29는 좋은 감각. 반면 최철한 9단은 백 30, 32로 착실하게 실리를 챙긴다. 최 9단은 이 9단이 본능적으로 세력바둑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이렇게 느긋하게 실리를 챙겨두고 있는 것이다. 이 9단의 조바심을 유도하는 심리전이랄까.
흑 33에 백 34로 받지 않고 참고 1도처럼 백 1로 받으면 흑에 기회를 주게 된다. 흑은 즉각 2로 끼워 붙인다. 백 3, 5로 둔다 해도 흑 6부터 흑 16까지 싸 바르고 흑 18을 놓으면 거대한 흑진이 생겨난다. 백이 낭패다.
백 34로 흑에 리듬을 주지 않는 게 정수. 이때 흑 35로 실리로 방향을 튼 것이 좋지 않았다. 이 9단의 실리에 대한 조급함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지금 배석으로 볼 때, 둔 돌들의 능률을 높이려면 참고 2도처럼 흑 1 정도로 일단 중앙을 키워야 했다. 중앙에서 큰 집을 기대할 수 있는 모양이다. 여하튼 이 9단은 흑 35부터 흑 41까지 좌상귀를 파 실리에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췄다. 최 9단은 흑진을 한참 동안 노려보더니 백 42, 44로 특공대를 투입했다. 흑은 적을 잡기 위해 흑 45로 후방부터 방비해둔다. 백은 어떻게 활로를 뚫어 나갈까.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