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베르나르 브네 50년 작업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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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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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들어온 수학
“어렵다는 것은 그만큼 새롭다는 뜻”

온갖 수학공식과 도형, 숫자와 도표가 미술관에 등장했다. 포물선과 수직 그래프가 겹친 작품이 있는가 하면, 분홍과 노랑 등 화사한 색채로 칠한 화면에 수수께끼처럼 보이는 숫자와 공식이 찍혀 있다. 나무 부조로 만든 각종 도형에, 해독 불가능한 수식을 담은 벽화도 보인다.

서울 중구 서소문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베르나르 브네-페인팅 1961∼2011’전 모습이다. 프랑스 출신으로 뉴욕에서 활동하는 베르나르 브네(70·사진)가 1959년부터 지금까지 작업해 온 평면 작품을 시기별 유형별로 선별한 회고전이다. 검은색 타르로 뒤범벅된 초기 작품에 이어 수학을 추상적 요소로 도입한 개념적 회화작품까지 다양하게 전시됐다.

조각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그는 회화 퍼포먼스 사진 영화 무용 등 온갖 매체와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작가다. 전시 개막에 맞춰 내한한 작가는 복잡한 공식과 도표를 작품에 차용한 이유에 대해 “나는 이전에 존재한 모든 예술을 지워버리는 작업에 관심이 있고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마음이 끌린다”며 “수학에 끌리는 것도 이해를 잘 못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학적 기호와 공식을 현대미술로 끌어들인 프랑스 작
가 베르나르 브네의 작품.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수학적 기호와 공식을 현대미술로 끌어들인 프랑스 작 가 베르나르 브네의 작품.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그는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포물선 그래프가 등장하는 작품을 가리켰다. 감성 표현을 중시하는 예술에서 벗어나 과학과 수학 등 이성적 논리의 작품을 탐색하는 계기를 만든 작품이란 것. 작가는 “예술은 영속적인 차별화를 통해 생명력을 갖는다”며 “나 역시 숱한 노력과 실험 끝에 수학을 이용한 전혀 새로운 방식의 그림 그리는 방식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기존 지식에 새로운 것을 더하는 데 흥미를 느낀다는 작가. 미술이란 것이 이렇게도 표현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보여주면서 예술의 한계를 확장하는 것이 자신의 관심사라고 말한다. 그래서 관객에게도 ‘가독성 제로’의 작품을 이해하려 애쓰지 말고 직관으로 대하라고 권한다.

“샤갈도 초창기엔 대중이 이해하지 못했다. 대중이 낯설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새로운 제안을 했다는 의미다. 샤갈처럼 내 작품도 대중이 차츰 적응하고 이해하길 기대한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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