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 답한다]Q: SNS가 민주주의에 득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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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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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정보왜곡-선동땐 집단이성 마비

《SNS와 위키리크스 등이 아랍 지역의 민주화 시위를 촉발했다. 정보화는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것인가. 페이스북 등을 통한 직접 민주주의는 선(善)인가.(ID gelb****)》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 핵심엔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자리 잡고 있다. SNS 덕분에 보아가 5년, 동방신기가 4년 걸린 일을 소녀시대는 단 하루 만에 성공할 수 있었다. SNS를 통해 해외진출 시간을 단축시키고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유튜브의 소녀시대 뮤직비디오 ‘지(Gee)’ 조회 수가 4000여만 건에 이른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이뿐 아니다.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현하고 정치력을 응집시킬 수 있는 SNS는 중동, 아프리카 지역 곳곳으로 급속히 번진 시민혁명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SNS로 시위 장면이 생중계되면서 국민의 정치 경제적 현실에 대한 불만,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조직해 민주화 시위에 불을 댕겼다. 가히 ‘SNS 피플 파워’의 승리라 할 수 있다.

트위터 공동 창업자인 에번 윌리엄스는 “트위터는 정보의 시공간적 제약을 없앴을 뿐만 아니라 정보 소통의 벽까지 무너뜨리며 모든 이를 정보의 주체이자 객체로 격상시켰다”고 했다. 이로 인해 정보의 ‘직접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고, 대중과 실시간 소통하는 “21세기형 직접 민주주의가 시작되었다”는 성급한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정말 그럴까? 직접 민주주의는 국민이 대표자 없이 국가의 정책에 직접 참여해 결정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급속히 잃어가고 있는 대의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데 직접 민주주의가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미지수다.

민주주의 이론 분야에서 최고의 학자로 평가받는 로버트 달 교수는 대의 민주주의 제도 아래에서 정치적 평등이라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조건과 그 가능성을 끊임없이 탐구했다. 하지만 직접 민주주의의 이상을 구현하려는 집회 민주주의에 대해 그는 비판적이었고, 정책 결정 과정에 시민의 직접 참여를 강조하는 급진적 참여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거대한 현대 사회에서 정부는 너무 크고, 이슈도 복잡할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직접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게 시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 효율성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지적한, 다수의 폭민(暴民)과 어리석은 민중이 정치를 이끌 위험성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고대 아테네에서는 직접 민주주의가 중요했지만 모든 것이 민회에 모인 시민 전체가 결정하진 않았다. 민회가 항상 모든 권력을 행사한 것은 아니고 주요한 권력은 추첨을 통해 선출된 작은 단위의 집정관들에게 넘겼다. 아테네 민주주의는 결국 직접 민주주의와 대의 민주주의가 서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혼합될 때 효율적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분명 정보화 혁명으로 직접 민주주의를 구현할 조건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직접 민주주의는 선이고 대의 민주주의는 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잘못된 것이다.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에서 경험했듯이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왜곡되고 선동적인 정보로 무장한 참여 민주주의가 집단 이성을 마비시킬 수 있는 위험성은 얼마든지 있다. SNS를 매개로 한 직접 민주주의가 ‘이성적이고 똑똑한 대중’이 아니라 충동적이고 파괴적인 대중에게 지배된다면 민주주의의 존립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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