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특집]1300년전 혜초의 발길따라 떠나는 시간여행

  • 동아일보

‘실크로드와 둔황’ 특별전
4월 3일까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관람객들이 세계 최초로 공개 전시되는 혜초 스님의 ‘왕오천축국전’을 유심히 살펴
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관람객들이 세계 최초로 공개 전시되는 혜초 스님의 ‘왕오천축국전’을 유심히 살펴 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280여 년 만의 귀향. 세계 첫 공개 전시.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신라 승려 혜초(704∼780년경)의 여행기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이 서울에서 전시되고 있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세계문명전 ‘실크로드와 둔황―혜초와 함께하는 서역기행’. 전시는 4월 3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왕오천축국전’을 비롯해 중국 신장(新疆) 간쑤(甘肅) 닝샤(寧夏) 지역의 박물관 11곳이 소장하고 있는 청동마차행렬, 황금허리띠고리, 각종 회화 공예 고분출토품 등 실크로드 유물 220여 점을 선보인다.

실크로드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동서 문명 교류의 젖줄. 이 전시는 8세기 혜초가 여행했던 길을 따라 파미르 고원 동쪽의 실크로드를 따라가는 형식으로 꾸몄다. 1부 ‘실크로드의 도시들’, 2부 ‘실크로드의 삶과 문화’, 3부 ‘둔황과 왕오천축국전’, 4부 ‘길은 동쪽으로 이어진다’.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왕오천축국전이다. 왕오천축국전은 혜초가 723∼727년 다섯 천축국(인도의 옛 이름)과 페르시아 중앙아시아 등 서역 지방을 기행하고 쓴 여행기다. 혜초는 719년 열다섯의 어린 나이에 신라의 수도 경주를 출발해 뱃길로 중국 광저우(廣州)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다시 뱃길로 인도에 도착한 뒤 육로로 페르시아 중앙아시아를 지나 당의 수도 장안(지금의 시안)까지 2만 km를 여행했다. 왕오천축국전은 그 4년에 걸친 대장정의 기록이다.

한국인이 쓴 최초의 해외 여행기인 이 글은 8세기 인도와 중앙아시아의 정치 경제 문화 종교 일상풍습 등을 생생히 담고 있다. 두루마리 필사본으로, 현재 남아 있는 부분은 총 227행에 5893자. 폭 42cm, 총길이 358cm. 1908년 중국 둔황(敦煌) 막고굴 장경동에서 발견돼 프랑스로 넘어간 이래 지금까지 한 차례도 공개 전시한 적이 없었다.

이번 전시에선 1908년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된 둔황 석굴(17굴 장경동)과 벽화, 왕오천축국전의 내용을 중심으로 혜초의 여행을 설명한다. 서역이 시작되는 관문으로 고대 번영을 구가했던 둔황지역 막고굴의 유물과 벽화, 석굴복제품 등이 전시된다. 특히 중국이 제작한 둔황 석굴 모형 2점(17호굴, 275호굴)을 그대로 옮겨 전시함으로써 막고굴의 웅장하고 화려한 예술세계를 현장에서처럼 느낄 수 있다. 2일 오후 6시 반에는 중앙박물관 오영선 학예연구사가 전시를 설명해주는 ‘큐레이터와의 대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 실크로드와 둔황―혜초와 함께하는 서역기행

▽일시=4월 3일까지(월요일 휴관)
▽장소=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관람료=성인 1만 원, 중고생 9000원, 초등생 8000원, 유아 5000원
▽문의=1666-4252, 홈페이지 www.silkroad2010.com
▽주최=국립중앙박물관 동아일보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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