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4회 국수전…토출용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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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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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돌 9단 ● 목진석 9단
본선 8강 3국 6보(114∼130) 덤 6집 반 각 3시간

흑 ○의 실착은 뼈아팠다. 시야가 좁았다. 흑 ○를 살리는 데 집착해 큰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참고도를 보자. 흑 1로 이쪽을 보강했다면 백이 곤란했다. 만약 백 2로 흑 ○를 잡는다면? 그건 시원하게 줘버린다. 백 10까지 흑이 한 수 부족으로 잡히지만 대신 7, 9로 흑이 두터워지는 것이 흑의 앞길을 밝혀준다. 즉, 이를 바탕으로 흑 11로 우하 백 대마를 추궁할 수 있다. 백도 12라는 맥이 있어 그냥 죽진 않는다. 결론은 백 26까지 패. 흑으로선 부담이 없는 패인 데 비해 백은 대마가 걸린 패여서 흑이 역전했다고 할 수 있다.

흑이 몇 점에 집착하다가 좋은 기회를 놓치자 갑자기 바둑은 백의 일방적 페이스로 흘러간다. 실전 백 14에 이어 16, 18의 원투 펀치가 환상적이다. 흑은 자충에 걸려 꼼짝없이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 그사이 백은 20을 선수하고 22로 흑 석 점을 잡아 큰 이득을 봤다. 백 대마가 위태로웠던 상황에서 거꾸로 흑 석 점을 잡으며 살아간 모양이니 안팎의 차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허무한 표정으로 반상을 내려보던 목진석 9단은 마음을 추스르며 흑 23으로 끊어 중앙 백 대마 사냥에 마지막 승부를 건다.

그러나 백의 발길이 가볍다. 용궁에서 탈출한 토끼처럼 이세돌 9단은 경쾌하게 반상을 누빈다. 백 30까지 서서히 안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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