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최고의 어린이책 이야기꾼은… 출판사 10곳 편집장들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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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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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작가 1위 황선미, 아이 심리 세밀한 묘사…어른도 빠져
외국작가 1위 브라운, 사회 이면 콕 집어내 재치있게 표현

어린시절 읽은 동화책은 평생 상상력과 창의력의 밑천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때론 따뜻한 감성으로 마음을 사로잡던 동화책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기억이다. 요즘은 어떤 동화 작가가 인기가 있을까.

다가오는 연말 아이에게 동화책을 선물하고 싶지만 고르기가 쉽지만은 않다. 동아일보는 독자들의 선택을 돕기 위해 국내 어린이 전문 출판사 10곳의 편집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국내외 동화, 그림책 ‘파워 라이터’를 꼽아봤다. 편집장들에게는 국내외 각각 5명을 선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 국내에서는…황선미 권정생 백희나

동화, 그림책은 신간보다는 스테디셀러, 엄마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책이 시장을 주도해 왔다. 이름난 몇몇 외국 작가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양상도 보이고, 검증된 국내외 작가가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아 왔다. 신인 작가에게는 오랫동안 넘기 어려운 문턱이었다. 반면 요즘에는 출판사에서 주최하는 동화상 수상 작가를 중심으로 신인 작가가 속속 등장하면서 국내 작가군도 많이 두꺼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 국내 작가 1위는 황선미 작가가 차지했다. 모두 8명의 편집장이 황 작가를 ‘파워 라이터’로 꼽았다. 황 작가는 ‘마당을 나온 암탉’ ‘나쁜 어린이 표’ 등의 작품을 선보이며 1990년대 국내 아동문학 붐을 이끌었다. 그에 대해 편집장들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건 속에서 느끼는 아이들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 ‘청소년, 성인 독자까지 동화의 세계로 이끎’ ‘탄탄한 구성력과 앞서 가는 주제의식이 돋보임’ 등의 평가를 내렸다.

공동 2위에는 권정생 백희나 작가(각 4표)가 꼽혔다. 2007년 작고한 권 작가는 ‘강아지 똥’ ‘몽실 언니’ 등으로, 백 작가는 ‘구름빵’으로 어린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권 작가에 대해서는 ‘소외된 것들에게는 애정을, 부조리한 우리 사회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지적을 서슴지 않은, 이 시대 어른’ ‘생명을 존중하는 의식이 잘 담겨 있다’ 등의 평가가 이어졌다. 편집장들은 백 작가에게는 ‘독특한 그림 기법과 내용으로 그림책의 새 장을 연 작가’ ‘아이의 눈높이를 확실히 아는 작가’라고 평가했다. 특히 권 작가는 세상을 떠난 작가 중 유일하게 순위에 선정돼 식지 않은 영향력을 과시했다.


‘상계동 아이들’을 쓴 노경실 작가(3표)는 4위에 올랐다. 노 작가는 ‘어린이들의 심리를 실감나고도 재미있게 그릴 줄 아는 작가’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읽어내며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라는 평가가 따랐다.

이금이(‘너도 하늘말나리야’) 유은실(‘만국기 소년’) 이현(‘짜장면 불어요’) 채인선(‘아름다운 가치사전’) 이수지(‘파도야 놀자’) 김진경 작가(‘고양이 학교’)는 2표를 얻어 공동 5위에 올랐다. 이 밖에 고정욱 최숙희 조혜원 문용린 이형진 조성자 임정자 전성희 오승민 허은미 이민희 정채봉 배유안 김남중 위기철 권윤덕 박상률 작가가 1표씩 얻었다.

○ ‘외국 작가 투 톱’…앤서니 브라운, 존 버닝햄

외국 작가로는 앤서니 브라운이 1위에 올랐다. 9명의 편집장이 브라운을 ‘파워 라이터’로 꼽았다. ‘우리 엄마’ ‘돼지 책’ ‘고릴라’ 등으로 잘 알려진 브라운은 ‘탁월한 구성력에 현대 사회의 이면을 콕콕 집어내는 작가’ ‘가족의 소통, 관계의 문제를 간결하면서도 재치 있게 표현’ 등이 특징으로 꼽혔다.

2위는 한 표 차로 존 버닝햄(8표)이 꼽혔다. 영국 출신의 존 버닝햄은 ‘지각대장 존’ ‘우리 할아버지’ 등으로 국내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교육 풍토를 날카롭고 유머러스하게 풍자해’ ‘간결한 글과 여백이 있는 그림으로 아이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집어내는 작가’라고 편집장들은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해리포터’ 열풍을 몰고 온 조앤 롤링과 ‘책 먹는 여우’ 등을 통해 기발함과 재미, 유머를 선보인 프란치스카 비어만, 판타지와 유머 뒤의 사회에 대한 성찰을 담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로알드 달은 공동 3위를 차지했다.

나카야 미와, 로렌 차일드, 하야시 아키코, 오카 슈조, 미하엘 엔데, 모리스 센닥은 2표를 얻어 공동 5위에 올랐다. ‘달님 안녕’을 통해 일상의 소소함을 탄탄한 이야기로 펴낸 하야시 아키코, 장애아 문제를 밀도 있게 다룬 ‘우리 누나’를 선보인 오카 슈조 등 일본 작가 3명이 꼽힌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 밖에 모니카 페트, 데이비드 위즈너, 캐럴라인 제인 처치, 루이스 캐럴, 루시 몽고메리,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앤드루 클레먼츠, 루이스 새커 작가가 한 표씩 얻었다.

◆설문에 응해주신 분들 강명옥 살림 어린이팀장, 곽미영 웅진주니어 아동문학팀 편집장, 김은하 비룡소 편집장, 김혜원
 문학수첩 편집부 과장, 배수원 주니어김영사 편집주간, 윤재인 느림보 대표, 이복희 문학동네 어린이편집부장, 정미영 휴먼어린이 
편집장, 조형희 창비 어린이문학팀장, 황정원 현암사 아동편집팀장
◆설문에 응해주신 분들

강명옥 살림 어린이팀장, 곽미영 웅진주니어 아동문학팀 편집장, 김은하 비룡소 편집장, 김혜원 문학수첩 편집부 과장, 배수원 주니어김영사 편집주간, 윤재인 느림보 대표, 이복희 문학동네 어린이편집부장, 정미영 휴먼어린이 편집장, 조형희 창비 어린이문학팀장, 황정원 현암사 아동편집팀장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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