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4회 국수전…흑 우세 반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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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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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16강전 8국 4보(77∼96) 덤 6집 반 각 3시간
○ 이세돌 9단 ● 강지성 8단

흑 77로 좌하귀를 접수할 태세다. 백도 선선히 빵때림을 주고 백 82까지 정비한다. 얼핏 백이 큰 이득을 본 것 같다. 강지성 8단의 셈법은 달랐다. 백에 갇힌 흑이 쉽게 죽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흑 85로 즉시 막아가자 이세돌 9단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올 것이 왔다.

흑 85 때 참고도 백 1처럼 일단 약점을 보강하고 두는 건 어떨까. 이러면 흑이 살아갈 길이 없지 않은가.

아니다. 흑 2가 있다. 백이 흑의 자충을 이용해 넘어가는 수를 막은 것. 백 5점이 외로워졌기 때문에 백 3으로 보강해야 한다. 이 결과는 흑 ‘가’, 백 ‘나’, 흑 ‘다’로 두는 뒷맛이 남는다. 이건 시한폭탄을 껴안고 바둑을 두는 것이나 마찬가지. 이 9단은 역으로 백 86으로 넘어갔다. 방향은 정해졌다. 흑은 좌하귀를, 백은 흑 12점을 잡는 대형 바꿔치기로 결론 났다.

이 진행은 백에 선수를 넘겨준 것을 감안하더라도 흑이 좋아 보인다. 좌하 흑집이 워낙 빵빵하다.

눈에 보이는 우세를 확보했을 때, 긴장했던 마음도 눈 녹듯 풀린다. 한편으론 우세를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밀려든다. 지나치게 걱정하면 위축된다.

흑 91이 지나친 걱정이었다. 좌하에 뒷맛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백도 그 뒷맛을 노리지 않는다. 백이 번개처럼 96을 차지해 우변에서 안정을 취하자 형세가 졸지에 팽팽해졌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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