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4회 국수전…급한 곳이 많다

  • 동아일보

○ 이춘규 3단 ● 허영호 7단
본선 16강 7국 5보(87∼101) 덤 6집 반 각 3시간

이젠 외줄타기 싸움이다. 누군가가 떨어지지 않으면 그치지 않을 것이다. 어느 한쪽이 뒤로 물러서는 순간, 형세가 불리해지기 때문에 타협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러나 서로 대등한 싸움은 아니다. 칼은 백이 빼들었지만 지금 칼자루를 쥔 건 흑이다.

백 88로 흑의 벽을 타고 가는 행마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지금으로선 최선이다. 이렇게 달아나면서도 백의 수를 메워야 할 정도로 여유가 없는 것이다.

흑 89의 날렵한 행마에 이어 흑 91로 물러선 것이 좋은 수였다. 보통 바둑이 불리해지면 꼭 손을 대야 할 곳이 많아진다. 백은 중앙 넉 점과 우변 두 점을 동시에 돌봐야 하는 처지다. 무엇보다 갇혀있는 우상 백이 살지 못했다는 것이 이춘규 3단의 머리를 짓누른다. 자체에선 살 수 없기 때문에 주변 흑을 가둬야 하는데 그게 여의치 않은 것이다.

이 3단은 후회 어린 눈으로 반상을 바라본다. 전보에서 무난한 진행을 택해야 할 순간에 과한 도전을 했다가 급속히 형세가 악화된 것을 자책한다.

흑도 조심해야 한다. 흐름이 흑에게 좋지만 돌이 얽히고설킨 상황에선 사소한 실수가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흑 101 같은 수가 그렇다. 이 수로 무심코 참고도 흑 1로 늘면 백 2의 짜릿한 맥점이 성립한다. 흑의 최선은 3으로 웅크리는 것인데 백은 8까지 완벽하게 싸바르면서 패를 낼 수 있다. 백 12까지는 백이 대성공한 모습.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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