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 2’ 최종 생존장재인-존 박-허각 인터뷰
휴대전화 반납하고… TV도 없고… 인터넷도 안되니…
아직도 주변의 관심이 낯설다는 ‘슈퍼스타K 2’의 장재인, 존 박, 허각 씨(왼쪽부터). 이들은 “다른 친구들과의 경쟁 때문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지 못할까 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보컬 아카데미. 문을 열자 희미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유리벽 너머로 들리는 듯한 소리였지만 “노래 진짜 잘하네”라는 감탄이 나왔다. 짧은 복도를 돌아가니 한 평 남짓한 연습실 11개가 붙어 있다. 연습실 문에 난 작은 창 저편으로 캐주얼 정장을 멋스럽게 차려입은 남자가 한 손에 악보를 든 채 손가락으로 박자를 맞춰 가며 연습에 한창이었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밖을 내다본 그와 눈이 마주쳤다. 남자가 고개를 숙여 먼저 인사를 건넸다. 케이블채널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2’에 출연하며 이미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존 박 씨(22)였다.
시청률 4%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8일 방송한 12회에서 14.804%(AGB닐슨미디어리서치·전국 기준)로 같은 시간대 방송된 지상파 프로그램을 모두 제쳤다. MBC도 비슷한 콘셉트의 오디션 프로그램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을 준비하고 있다. 거의 매회 케이블TV의 시청률 기록을 바꾸고 있는 ‘슈퍼스타K 2’에서 최후로 남은 세 사람, 존 박 씨와 허각 씨(25), 장재인 씨(19)를 만났다. 생방송을 이틀 앞두고 ‘화면발’을 생각해 닭가슴살 샐러드로 저녁을 때운 세 사람이지만 연습실에서 들려오던 노랫소리만큼 말 한마디 한마디에도 기운이 넘쳤다. 큰 무대를 앞둔 그들이지만 작정하고 까다로운 질문들을 던졌다.
먼저 존 박, 장재인 씨에게 요즘 누리꾼 사이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바람둥이설’과 ‘성형설’에 대해 각각 물었다.
존 박 씨는 대뜸 “절대 바람둥이가 아닌데 왜 그런 말이 나왔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옛날에 여자들과 찍은 사진이 돌아다니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미국과 한국의 문화 차이도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슈퍼스타K 2’에 출연하기 1년 전쯤 같은 학교를 다니던 친구와 교제했지만 현재는 여자친구가 없다”고 덧붙였다.
주변에서 하도 물어보는 바람에 자신의 ‘성형설’을 알게 됐다는 장재인 씨는 이미 여러 차례 방송을 탄 이력에도 수줍음을 타는 편이었다. “피부 관리를 받으러 가서 레이저로 얼굴을 찍는 장면이 예전 방송에 나왔어요. 그때 쌍꺼풀 수술도 안 한 것으로 나왔지요. 카메라 보고 ‘저 성형 안 했습니다’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방송에 안 나갔어요. 저 진짜로 (성형) 안 했어요!”
허각 씨는 중졸 학력이나 천장 환풍기 수리공으로 일했던 경력, 아픈 가족사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한 부담은 없을까.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딱 잘라 대답했다. “흔히들 결손가정이라고 하죠. 그런 (환경에서 자란) 분들한테 희망을 주고,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단지 한 가지 신경 쓰이는 것은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들으며 저의 아픈 가족사를 떠올리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그건 동정심이잖아요.”
15, 22일 오후 11시 각각 생방송되는 준결승과 결승은 케이블채널 Mnet과 KMTV뿐만 아니라 CGV 주요 상영관에서도 생중계된다. 총 134만 명이 응모한 이 오디션의 최종 우승자는 22일 결승에서 결정된다. 세 사람은 “이제 누가 1등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경쟁에서 이겨야 하니 서로 경계할 법도 하지만 상대방의 장단점을 스스럼없이 조언해 준다고 했다. 실제 허각 씨는 한국말이 서툰 존 박 씨에게 수시로 가사 중에 모르는 단어의 뜻을 가르쳐 줬다.
그래도 누가 1등이 됐으면 좋겠냐고 묻자 존 박, 허각 씨는 각각 상대방을 꼽았다. 세간에서 웃음기 섞어 ‘사귀는 것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왔던 둘의 따뜻한 우정이 느껴졌다. 장재인 씨는 “이번 기회를 통해 ‘외롭다’는 것을 배웠다. 예전에는 혼자인 것이 당연하고 편안했는데, 여기 와서 보니 내가 외로웠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오빠들 중 누가 되든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세 사람은 모두 바깥세상의 소란스러움으로부터 차단돼 있었다. 휴대전화도 반납하고, 인터넷도 할 수 없고, TV도 볼 수 없는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허각 씨는 “‘슈퍼스타K 2’를 처음부터 다시 하느니 차라리 군대를 다시 가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사람들이 동경하는 그들의 모습 뒤에는 작은 스피커 2개와 거울, 의자 하나가 놓인 좁은 연습실에서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인내의 시간들이 차곡차곡 숨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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