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미식의 낙원’ 홍콩, 평생에 꼭 한번은…

  • Array
  • 입력 2010년 10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 호텔리어들의 미식 벤치마킹 따라가보니

홍콩에 없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 ‘쇼핑의 천국’ 홍콩은 전 세계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는 ‘미식가의 꿈’이기도 하다. 초특급 부티크호텔 ‘어퍼하우스’의 49층 ‘카페 그레이 디럭스’에서 빅토리아 항과 홍콩 항을 보노라면 음식이 나오기 전부터 행복해진다. 사진 제공 어퍼하우스
홍콩에 없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 ‘쇼핑의 천국’ 홍콩은 전 세계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는 ‘미식가의 꿈’이기도 하다. 초특급 부티크호텔 ‘어퍼하우스’의 49층 ‘카페 그레이 디럭스’에서 빅토리아 항과 홍콩 항을 보노라면 음식이 나오기 전부터 행복해진다. 사진 제공 어퍼하우스
《‘인생은 요리와 달라 모든 재료가 다 준비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

리안 감독이 1994년 영화 ‘음식남녀’에서 주인공은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 인생의 재료가 다 준비되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홍콩으로 떠나야 한다. 그래서 모든 재료가 준비된 홍콩요리를 맛봐야 할 때다.》

홍콩(香港) 하면 당신은 무엇이 떠오르는가. 해안가에 늘어선 까마득한 높이의 빌딩 숲. 리샤오룽(李小龍) 청룽(成龍) 장궈룽(張國榮) 류더화(劉德華), 한 시대를 풍미한 홍콩 영화. 첨단 패션과 여성들을 흥분하게 하는 쇼핑의 천국….

그러나 홍콩 여행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음식이다. 오랫동안 교역과 금융의 중심지였던 홍콩은 광둥음식을 기본으로 전 세계의 영향을 받으며 음식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지금도 홍콩에서 인정받으면 곧 세계적 음식이 된다. 수많은 미식가를 비롯해 전 세계 주요 호텔 및 레스토랑의 요리사와 지배인들이 지금도 이 음식문화를 배우기 위해 홍콩을 찾는다. 롯데호텔서울의 양석 총지배인과 김원종 식음팀 연구개발(R&D) 담당 과장의 최근 홍콩 출장도 이곳의 유명 레스토랑과 최신 호텔을 보고 배워 롯데호텔을 세계적 호텔로 키우기 위해서였다. 이들과 함께 지난달 8일부터 사흘간 홍콩으로의 미각(味覺) 여행을 떠났다.

○ 하늘을 나는 거위요리

음식 여행은 센트럴의 ‘융키’ 레스토랑(鏞記酒家)에서 시작했다. ‘융키’는 정통 홍콩 요리를 먹고 싶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 구운 거위 요리로 홍콩을 평정한 지 반세기가 지났다. 마침 가을은 거위 요리를 즐기기에 최고의 기간이다. 홍콩에는 ‘가을바람이 불면 거위가 살찐다(秋風起燒鵝肥)’라는 말까지 있다. 바삭바삭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껍질에 살아 있는 육즙이 감동적이다. 꿀 섞은 소스도 고기의 맛을 더한다. 양석 총지배인은 “거위는 간(푸아그라) 말고는 고기 맛이 원래 썩 뛰어나지 않다”며 “거위 요리로 이런 맛을 내는 것이 신기하다”고 말했다.

1942년 창업자인 캄슈파이가 노점상으로 시작한 융키는 홍콩의 대표 식당으로 외국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한번 먹어보면 그 맛에 반해 귀국할 때 비행기에 거위고기를 싣고 간다 해 ‘하늘을 나는 거위구이(Flying Roast Goose)’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 거위고기 외에도 2001년 홍콩 최고 요리 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미니크랩알과 함께 튀긴 새우’도 뛰어나다.

‘융키’ 바로 길 건너에 있는 ‘웡치케이’(黃枝記)도 빠뜨릴 수 없는 곳. 통통한 새우가 들어간 새우 완탕면이 대표 메뉴이다. 꼬들꼬들한 면발과 속이 펑 뚫리는 듯 시원한 국물이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다. 신선한 해산물이 이 맛의 근본. 홍콩의 일급 레스토랑에는 동중국해 등에서 잡은 생선들이 바로 당일 유통돼 냉동 없이 바로 요리된다. 국수 면발은 대나무를 이용해 반죽한 ‘에그 누들’을 사용하는데 부드러운 질감과 감칠맛은 잊혀지지 않는다. 다른 추천메뉴는 크랩콘지(Crab Congee). 게의 고소한 풍미와 담백한 식감이 훌륭하다. 이곳의 죽은 쌀을 끓여도 풀처럼 끈적끈적해지지 않고 뼈를 곤 듯 부드럽고 고소하다.

○ 뷔페를 다시 정의하다

저녁은 아일랜드 샹그릴라 호텔의 뷔페식당 ‘카페 투(Cafe Too)’. 이곳은 뷔페의 정의를 바꾸어놓은 레스토랑으로 통한다. 음식 종류는 많지만 감동을 찾기는 어려웠던 기존 뷔페를 ‘카페 투’는 오픈 키친(열린 주방)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마치 훌륭히 연출된 연극처럼 바꾸어 놓았다. 입구에서부터 새빨갛고 싱싱한 바닷가재 100여 마리가 잔뜩 쌓여서 고객을 맞는다. 김원종 과장은 “메인 메뉴를 보기 전부터 우리는 이처럼 푸짐하게 음식을 내놓는다는 것을 과시하는 것”이라며 “한 마리에 3만 원이 넘는 바닷가재를 저렇게 쌓아놓고 맘껏 드시라는 대국의 풍모에 웬만한 미식가라도 압도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정재윤 기자 aeyuna@donga.com

디자인=김원중 기자 paranw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