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에 관하여’ 20선]<1>정의론…“정의도 사회적 합의의 대상이다”

동아일보 입력 2010-09-30 03:00수정 2010-12-02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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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론/존 롤스 지음/이학사
《“사상 체계의 제1덕목을 진리라고 한다면 정의는 사회 제도의 제1덕목이다. 이론이 아무리 정치(精緻)하고 간명하다 할지라도 그것이 진리가 아니라면 배척되거나 수정돼야 하듯이 법이나 제도가 아무리 효율적이고 정연하다 할지라도 그것이 정당하지 못하면 개선되거나 폐기돼야 한다.”》
하버드대 철학과 교수를 지낸 존 롤스(1921∼2002). ‘단일 주제의 철학자’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평생을 정의라는 한 주제만 연구한 철학자다. 이 책 ‘정의론’은 그의 대표작이자 정의에 관한 연구를 촉발시킨 철학계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롤스는 정의에 관한 두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제1원칙은 ‘평등한 자유(equal liberties)의 원칙’이다. 각자는 기본적 자유를 누릴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원칙이다. 여기서 기본적 자유란 정치적 자유, 언론과 결사의 자유, 양심의 자유, 사상의 자유, 이유 없는 체포와 구금으로부터의 자유 등을 가리킨다. 제1원칙은 평등한 시민의 기본적 자유를 지키려는 ‘정의론’의 핵심을 이룬다.

제2원칙은 두 부분으로 이뤄진다. 첫 번째 부분은 ‘차등의 원칙’으로 여기서는 사회적 경제적 차등과 불평등에 관한 원칙을 제시한다. 사회 구성원 각자가 기본적 자유를 평등하게 누려야 한다는 ‘정의의 원칙’을 기반으로 하되 최소 수혜 시민들의 처지를 개선시키는 한도 내에서 약자를 우대하기 위한 사회 경제적 불평등이 허용돼야 한다는 내용이다.

제2원칙의 두 번째 부분은 모든 이에게 공정한 기회의 균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직업이나 직책의 기회만이 아니라 삶의 기회들까지 평등화하자는 원리다. 이 책을 번역한 황경식 서울대 교수는 “다시 말해 유사한 능력과 기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들이 태어난 사회적 지위와 무관하게 유사한 삶의 기회를 보장 받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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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롤스는 사회 구성원 각자의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정의론’을 수립했다. 이 때문에 그의 정의관은 자유주의적 이념과 사회주의적 이념을 가장 체계적으로 통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단 그는 “이 두 원칙 가운데선 제1원칙이 우선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롤스의 정의론이 높이 평가받는 또 다른 측면은 ‘정의란 철학적 진리나 종교적 신념이 아닌 사회적 합의의 대상’이라는 독창적 이론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그는 사회 구성원들이 각자의 타고난 재능과 가치관, 사회 경제적 지위와 이해관계를 넘어 ‘정의의 원칙’과 ‘차등의 원칙’에 따라 정의에 관한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가정한다. 결과적 평등을 중시하는 게 아니라 기회의 균등과 절차적 정의를 강조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그는 ‘공정으로서의 정의’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즉 정의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직접 대답하기보다는 공정한 절차에 의해 합의된 것이면 정의로운 것이라는 절차적 정의를 내세우는 것이다.

롤스는 “정의는 타인들이 갖게 될 보다 큰 선을 위하여 소수의 자유를 뺏는 것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하면서 정의 사회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다수가 누릴 보다 큰 이득을 위해서 소수에게 희생을 강요해도 좋다는 것을 정의는 용납할 수 없다. 그러므로 정의로운 사회에서는 평등한 시민적 자유란 이미 보장된 것으로 간주되며, 따라서 정의에 의해 보장된 권리들은 어떠한 정치적 거래나 사회적 이득의 계산에도 좌우되지 않는 것이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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