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초원 캔버스’에 예술이 뭉게뭉게

동아일보 입력 2010-09-24 03:00수정 2010-09-24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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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예술가 12명 공동작업, 행위-설치-영상작품 등 소개
호기심 속 몰려든 청소년들 “전시현장 실제 체험 정말 신기”
《16일 몽골 남부 달란자드가드 시의 남고비 박물관. 행위예술가 신용구 씨가 얼굴을 하얗게 칠한 채 하얀색 옷을 입고 나오자 박물관 앞마당에 있던 현지 주민 200여 명의 눈이 커졌다. 기이한 복장의 한 남성이 합장에 이어 ‘몸의 언어’로 대화를 걸어오자 사람들의 눈빛은 더욱 진지해졌다. 신 씨의 작품 ‘바람을 안고가다’가 담고 있는 사랑과 희망이란 주제가 온전히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작품이 끝나자 사람들은 뜨거운 박수로 타국에서 온 젊은 예술가를 반겼다. 예술을 통해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순간이었다.》

■ 문예위, 몽골서 3년째 문예교류 프로그램

○ 한국과 몽골 예술가들이 피운 ‘예술의 꽃’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몽골예술위원회는 2006년 문화예술 교류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2008년부터 해마다 한국 예술가들이 몽골 달란자드가드 시로 건너가 현지 예술인들과 협업하는 ‘노마딕 아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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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8일 열린 올해 행사의 주제는 ‘타임 앤드 스페이스(시간과 공간)’. 김이선(기획) 김성배(설치·행위·사진) 손몽주(공간드로잉) 손필영(시) 신용구(행위) 이중재(영상) 씨가 10여 일간 달흐어치르 영덩조나이(기획), 에흐자르갈 강바트(회화) 씨 등 6명의 몽골 예술가와 함께했다. 이들은 몽골 전통 가옥인 ‘게르’에서 숙식하며 달란자드가드 시에서 예술 작업을 펼쳤다.

이곳은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국내선 비행기로 1시간 20분 거리에 있는 남고비 지역의 중심도시로 인구는 2만 명 남짓이다. 주변에 여러 개의 석탄 광산이 인접해 있어 1960∼70년대 태백, 영월을 연상케 한다. 건조한 기후 탓에 일부 한국 작가들은 코가 헐어 코피가 났고, 밤에는 섭씨 0도 가까이 떨어지는 추위로 고생을 했지만 표정만은 밝았다.

양국 예술가들이 참여한 16일 전시회는 ‘동네잔치’와도 같았다. 영상작가 이중재 씨는 달란자드가드 시를 배경으로 한 소년의 뒷모습을 따라가며 찍은 영상물 ‘헤이 로날도’로 신자유주의를 비판했고, 시인 손필영 씨는 “풀꽃, 풀꽃, 반짝이는 돌조각…”으로 시작하는 ‘고비초원1’이란 작품을 선보였다.

몽골작가 강바트 씨는 움막 앞에서 기도를 하며 몽골에 있는 산의 여신을 형상화한 행위예술로 큰 박수를 받았다. 작가들은 행위예술, 영상, 설치 작품 등을 2시간 동안 선보였고, 박물관 앞마당과 1층 전시실은 한때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렸다. 전시장을 찾은 바트바야르 덜거르마 양(16·고교 1년)은 “실제 미술 작품을 보는 것은 처음인데 정말 신기했다”며 웃었다.

○ 세계로 창작 영역 넓히는 한국 작가들

행위예술가 신용구 씨가 16일 몽골 달란자드가드 시의 남고비박물관 앞에서 행위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신 씨 주변의 실들은 공간드로잉 작가 손몽주 씨의 작품 ‘무제’ 일부. 달란자드가드=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행위예술가 신용구 씨는 “비가 오고, 해가 지는 초원 위에서 공연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면서 “몽골 작가를 초청해 한국에서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예술위는 이 행사와는 별도로 한국 작가가 몽골에 수개월 동안 체류하며 창작 활동을 하도록 지원하는 ‘예술창작 거점사업’도 처음 진행한다. 시인 손필영, 소설가 유익서 씨가 10월부터 각각 4, 6개월 동안 울란바토르대에 있는 연구실과 기숙사에서 머물며 작품 활동을 한다. 손 씨는 “몽골의 혹독한 겨울을 견뎌야 하는 게 벌써부터 걱정이지만 이방인의 눈에 비친 몽골의 일상을 꼼꼼히 살펴보고 싶다”고 말했다. 예술위는 예술창작 거점사업을 내년부터 오스트리아를 비롯해 세계 30∼40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윤정국 사무처장은 “작가 개인이 해외에 창작 거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 정부 차원에서 각국 예술단체와 협의해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며 “국내 작가들이 해외 창작 활동을 통해 예술 역량을 높이면서 해외 각국과 문화 교류를 촉진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달란자드가드=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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