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잡고 먹 갈면서 정서 순화서예, 정규과목에 포함돼야”

동아일보 입력 2010-09-02 03:00수정 2010-09-02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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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 외길 여원구 동방연서회장
여원구 동방연서회장이 1일 서울 종로구 동방연서회 서실에서 붓을 들어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고 쓰고 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붓을 종이에 대면 아무 생각이 없어져요. 그러다 어느 순간 선경(仙境)에 이른 듯한 기분이 들지요.”

평생을 서예에 몸담아 온 구당 여원구 동방연서회장(78)은 틈날 때마다 붓을 들어 한지에 불교 경전인 ‘법화경’을 옮긴다. 여든이 가까운 나이지만 7만여 자에 이르는 글자를 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여 회장을 만났다.

“동네에서 유명한 개구쟁이였는데, 붓만 잡으면 차분해졌어요.” 여 회장은 처음 서예를 접할 때를 회상했다. 앞집 살구나무에 올라가 살구를 따 먹고, 막대기로 소를 찔러 괴롭히던 그를 아버지가 불러 앉혀 천자문을 한 글자씩 가르친 게 서예의 시작이었다. 고향인 경기 양평을 떠나 1960년대 서울로 올라온 뒤 1970년대부터 서예가 여초 김응현 선생(1927∼2007)을 사사했다. 초등학교 교사, 대학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지만 붓을 놓을 수가 없었다.

여 회장은 “서예는 사람을 만드는 기초이자 바탕”이라고 한다. 먹을 갈고 붓을 들어 종이에 글을 쓰다 보면 차분해지고 끈기가 생긴다는 것. “서예를 오래 하다 보면 자연스레 선(禪)에 가까워진다”는 그는 “요즘 서예의 맥이 끊기는 것 같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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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가 정규 과목에서 빠진 것이 가장 아쉽다는 그는 “지식을 전달해주는 것 외에 인성을 완성시키는 것도 교육인데 학교가 그 역할을 다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고등교육을 받고 사회에 나온 다음에는 이해심과 인내심이 필요한데 서예를 배우면 정서 순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중일 한자문화권에 속한 나라 중 유독 한국만 한자에 소홀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강, 김, 여…. 성에도 한자를 사용할 정도로 한자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데 한자 교육과 서예를 등한시하면 언어에 담긴 뜻을 음미하기 어려울뿐더러 옛 선인들의 글을 읽을 수 없어 역사를 이해하기 힘들게 됩니다.”

인터뷰 말미, 여 회장이 붓을 들었다.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던 그가 곧 먹을 듬뿍 묻혀 글을 썼다. ‘溫故知新(온고지신·옛 것을 익히고 새 것을 배운다는 말)’.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고사성어를 고른 그는 “물질만 중시되고 정신적 가치가 결여된 이 시대, 서예의 정신적 가치와 한자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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