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폿뉴스 스토리 부문 1위를 차지한 월터 아스트라다 씨의 사진. 마다가스카르에서 발생한 폭력사태의 현장을 찍었다.
치 달밤의 기이한 퍼포먼스처럼 보인다. 어둠이 내리면 사람들이 집집마다 옥상과 발코니에 나와 항의와 분노의 고함을 질러댄다. 2009년 6월 이란 대선 직후의 풍경이다. 투표 결과를 신뢰할 수 없었던 시민들은 몇 주 동안 저항의 합창을 이어간다.
이탈리아의 프리랜서 사진작가 피에트로 마스투르초 씨는 당시 테헤란 하늘에 울려 퍼진 ‘목소리 시위’를 한 장의 사진에 응축했다. 환하게 불 켜진 건물의 옥상에 올라가 소리 지르는 여인을 통해 순간의 풍경을 역사적 사건으로 남을 수 있게 기록한 것이다. 이 작품은 세계보도사진재단이 주최하는 콘테스트에서 지난 1년 동안 전 세계 128개국, 5847명의 사진기자와 사진작가들이 출품한 10만2000여 점 중 대상에 해당하는 ‘2009 올해의 사진상’을 수상했다. 분쟁 속의 삶, 일상의 삶을 융합해 시각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울림이 큰 사진이다. 심사위원장 아이페리 카라부다 에세르 씨(로이터픽처스 부사장)는 “이 사진은 무언가의 시작을, 엄청난 이야기의 시작을 보여 주는 것”이라며 뉴스에 관점을 더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2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V갤러리에서 개막하는 ‘2010세계보도사진전(World Press Photo in Seoul)’은 이 작품과 함께 22개국의 사진작가 62명의 입상작 등 170여 점을 선보이는 국제사진전.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찰나에 영원한 기억을 부여하는 사진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기회다. 전시에선 뉴스와 다큐멘터리, 스포츠, 자연, 인물사진 등 10가지 주제 아래 선정된 작품을 통해 현대 다큐 사진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일반 뉴스 싱글 부문 1위를 차지한 켄트 클리크 씨의 작품.이스라엘 북가자 지역에서 가정집 지붕에 포탄 구멍이 뚫렸다. 지구촌 어디엔가는 늘 분쟁과 폭력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자살차량폭탄 현장에서 빠져나오는 여인의 모습(애덤 퍼거슨 씨·스폿뉴스 싱글 부문 1위), 마다가스카르의 수도에서 발생한 폭력사태의 현장(월터 아스트라다 씨·스폿뉴스 스토리 부문 1위), 이스라엘 북가자 지역에서 탱크 포탄을 맞아 천장이 뻥 뚫린 집(켄트 클리크 씨·일반 뉴스 싱글 부문 1위) 등은 우리가 몸담은 현실의 아우성을 가감 없이 전한다.
뉴스의 긴박감에서 벗어나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도 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야구 경기를 포착한 스포츠 부문, 모잠비크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가족과 TV에 매혹된 페루의 소년 등 일상 부문, 드리스반노튼 등 명품 패션을 엿본 예술과 엔터테인먼트 부문, 물총새가 물고기를 잡은 찰나를 포착한 자연 부문 등. 각기 관심 있는 분야를 고른 뒤 집중해 보는 것이 전시를 즐기는 방법이다.
스포츠액션 싱글 부문 1위를 차지한 가레스 코플리 씨의사진. 영국 런던에서 열린 크리켓 경기의 한 장면이다. 한편, 심사위원단은 지난해 이란 대선 이후 혼란의 와중에 가슴에 총을 맞고 쓰러진 여인을 카메라폰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에 특별상을 수여했다. ‘네다’란 이의 여인은 영상을 통해 이란 정권에 저항하는 상징으로 세계에 알려졌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 역사적 기록에 참여한 비전문가의 작업에도 가치를 인정한 점에서 주목된다.
세계보도사진재단은 네덜란드 왕실 후원으로 보도사진의 발전과 언론, 사상의 자유정신을 북돋우기 위해 1955년 설립된 비영리 재단. 이번 전시는 44개국 도시 100여 곳을 순회 중이다. 8월 29일까지.www.donga.com/wpp 3000∼8000원. 02-706-1170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세계보도사진콘테스트에서 ‘2009 올해의 사진’으로 선정된 이탈리아 사진작가 피에트로 마스투르초 씨의 작품. 지난해 6월 이란 대선 직후 시위를 벌이던 사람들이 해가 진 뒤 옥상과 발코니에 나와 항의의 목소리를 높이는 장면을 찍었다. 사진 제공 세계보도사진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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