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941>朕躬有罪는 無以萬方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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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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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堯曰(요왈)’편의 제1장으로 湯王의 말이 이어진다. 이것도 ‘상서’ 가운데 商書 ‘湯誥(탕고)’에 나오는 말을 끌어온 것이다. 앞서 탕왕은 夏나라 桀(걸)을 추방하고는 죄 있는 걸을 내가 감히 용서해 줄 수 없고 천하의 어진 이는 내가 감히 엄폐하지 못하되 그 簡閱(간열)은 상제의 마음에 달려 있어 나는 오직 상제의 명령을 따를 뿐이라고 밝혔다.

여기서는 군주가 죄가 있는 것은 백성들의 所致(소치)가 아니요, 백성이 죄가 있는 것은 실로 군주가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하였다. 자신을 책함을 후하게 하고 남을 책함을 박하게 하는 뜻을 볼 수가 있다. 이것은 탕이 걸을 정벌한 후 제후에게 고한 말이다. 朕躬은 ‘나의 몸’이다. 無以는 관계없다는 뜻이다. 萬方은 모든 곳이란 말로 천하의 백성을 가리킨다.

옛날 군주는 천재지변이나 내란, 외침이 있으면 민심을 달래기 위해 자기 자신을 책망하는 글을 지어 발표했다. 천자의 경우라면 그것을 罪己詔(죄기조)라 하고 제후 왕의 경우라면 그것을 罪己敎書 혹은 罪己書라 한다. 이를테면 당나라 德宗은 朱·(주자)의 반역을 피하여 奉天으로 파천해 죄기조를 내렸다. 조선의 선조는 왜병이 침략하여 의주로 파천했을 때 죄기교서를 선포하고 사신을 팔도에 보내 의병을 일으키게 했다.

어떤 군주는 정세를 모면하려는 미봉책에서 罪己를 가장하기도 했는데 이 경우 민심은 더욱 離叛(이반)했다. 성호 이익은 ‘王言’이란 글에서 도리를 어기는 온갖 행위는 모두 어지러운 말에서 지어진다고 말하고 “군주가 말을 냈다가 번복하고 앞에 한 말은 좋고 뒤에 한 말은 악하여 백성으로 하여금 準信(준신)할 수 없게 한다면 어찌 옳겠는가”라고 경고했다. 아픈 말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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