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4회 국수전…흑의 과욕

  • 동아일보

○ 허영호 7단 ● 이원도 3단
예선결승 2국 4보(75∼96) 덤 6집 반 각 3시간

세상을 살다보면 모두 내 몫으로 챙길 것이 아니라 남의 몫도 남겨줘야 한다는 걸 알게 된다. 욕심을 내지 않고 순리대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경험이자 삶의 지혜다. 바둑도 마찬가지. 줄 건 주고 챙길 건 챙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백 ○의 응수타진에 흑 75는 초강수. 우하 귀에서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수가 과욕이었다. 백이 즉시 76으로 달려 나가자 이 돌을 잡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흑은 참고1도 흑 1처럼 참는 지혜가 필요했다. 백도 당장 귀를 살리는 것은 소탐대실이기 때문에 백 2, 4로 중앙을 두텁게 정리할 것이다. 흑도 5로 상변을 침입해서 서로 잘 어울린 한판. 물론 우하 귀 백 한 점에 뒷맛이 남아 있어 눈에 거슬리긴 하지만 그 정도는 감수해야 했다.

백 82가 타개의 맥. 이원도 3단도 이제 흑 75가 과했다는 사실이 실감난다. 흑 83으로 밑에서 젖혀 백의 궁도를 앗아보지만 백 86의 젖힘으로 백은 탈출이 가능하다. 백 ‘가’가 절대 선수이기 때문. 흑이 참고2도처럼 두는 것은 전형적인 이적행위다.

그래도 여기서 공격을 접을 수 없어 흑 89로 끊어본다. 그러나 백 96까지 진행되자 오히려 중앙 흑 석 점이 백의 포위망에 갇힌 느낌이다. 멀리 ‘나’로 끊는 약점도 이젠 흑에게 부담스럽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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